통일비용ㆍ고령화ㆍ보증채무ㆍ공기업부채도 `뇌관`
현행 연금ㆍ의료지출로도 GDP대비 국가채무 2050년 138%
국가 재정 건전성이 채 회복되기도 전에 정치권 등의 복지 요구가 급증한 탓에 나라 곳간 사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유로존 재정위기로 경기가 급하강할 가능성이 여전하고 갑자기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통일 비용이나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위협할 고령화 요인도 심각한 걱정거리다.
450조원을 바라보는 나랏빚은 물론 올해 60조원을 육박할 수도 있는 정부의 빚보증도 부담스럽다. 급증하는 공기업 부채는 재정 불안으로 전이될 소지가 있어 나라 곳간을 위협할 잠재적인 뇌관인 셈이다.
◇나랏빚 5년새 150조 늘어 450조 육박…절반이 국민이 갚아야 할 빚
국가채무를 보면 2007년 말 299조원에서 작년 말 423조원, 올해 말이면 448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5년 사이에 150조원 가까이 불어난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빚이 늘어난 최대 원인이다. 위기 극복을 위해 나라 곳간을 열어 확장적 재정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적자국채를 찍어 사회안전망을 넓게 펼치고 재정 일자리를 만든 결과다. 2009~2010년 2년간 83조원이나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007년 30.7%에서 2009년 33.8%까지 올라갔다가 조금씩 하락해 올해는 32%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채무에는 지방정부 순채무(전체 채무-중앙정부 차입 채무)도 들어 있다. 2007년 10조원에서 2010년 18조원으로 급증한 뒤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가채무의 단순 증가보다 더 걱정은 `적자성 채무` 급증에 있다. 적자성 채무는 `금융성 채무`와 달리 대응 자산이 없어 세금 등 국민부담으로 갚아야 한다. 2005년 100조원, 2007년 127조원이었으나 작년에는 208조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는 222조원으로 전체 국가채무의 절반을 차지한다.
◇정부 빚보증도 급증…공기업 부채도 `빨간불`
정부의 빚보증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늘었다. 국가보증채무 잔액은 2010년 34조8천억원에서 지난해 36조5천억원에 이어 올해 38조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08년 말 28조원에서 4년 만에 10조원 가량 늘었다.
이런 증가는 2008년 이후 구조조정기금채권, 한국장학재단채권이 경제위기 극복과 학자금대출을 위해 추가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 계획대로 올해 산업은행 지분을 팔면 그와 동시에 산은의 중장기 외화표시 채무가 국가보증채무가 돼 버린다.
그 규모는 2010년 말 현재 19조3천억원(180억2천만달러)이나 된다. 이렇게 되면 전체 보증채무가 6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채무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잠재적 재정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국책금융기관을 뺀 전체 공공기관의 부채는 2007년 250조원에서 2010년 말 387조원으로 불어났다.
증가 배경으로는 보금자리사업, 공공요금 인상억제, 4대강 사업 등이 꼽힌다.
한국전력 사례를 보면 2007년 21조6천억원이던 부채가 2010년 33조4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요금인상 억제로 부채가 증가했다. 현 정부 4년간 공공서비스 물가 상승률은 5.3%에 그쳐 소비자물가 상승률 15.2%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2008년 고유가 파동 때는 한전과 가스공사의 요금 동결에 대한 손실분 일부를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1조원을 지원한 선례가 있다. 공기업 손실을 재정에서 벌충해준 것으로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아직은 양호한 편…악재 즐비해 급속 악화할 수도
그럼에도, 우리 재정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3%대로 201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97.6%의 3분의 1 수준이다. 미국이 93.6%, 프랑스 94.1%, 독일 87.0%, 영국 82.4%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정치권의 복지 증액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한나라당도 복지를 최우선 정책으로 내걸 태세고 민주당은 일찌감치 `3+1 정책(무상 급식ㆍ보육ㆍ의료+반값 등록금)`을 내놓고 주거와 일자리 복지도 추가할 방침이다.
정부가 지난해 초 18대 국회에서 의원 발의된 재정수반법률의 재정 소요 추계액을 단순 합산한 결과를 보면 무려 800조원이나 된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부담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지난해 조세연구원 용역결과에는 고령화 사회의 재정난이 얼마나 심각한지가 잘 나타나 있다.
현행 연금·의료지출 수준이 계속되더라도 국가채무는 2020년 963조원, 2050년에는 9천808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다. GDP 대비로는 같은 시기에 각각 42.6%, 137.7%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고령화의 영향으로 의료 지출이 일정 속도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국가채무는 2020년 1천65조원이 넘고 2050년 1경2천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통일 비용도 부담이다. 2010년 미래기획위원회가 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해 나온 결과를 보면 시나리오에 따라 30년간 379조~2천525조원이 든다.
지난해 통일부 용역 결과에는 2030년 통일을 가정한 시나리오별 재정 부담 규모가 잘 드러났다.
통일 전 20년간 남북 간 공동체 형성 비용으로 79조원이, 통일 후 2040년까지 통합비용으로 739조~2천757조원의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런 잠재정 재정 위험 요인들을 고려하면 정치권의 복지 지출 요구를 정부가 무한정 받아들일 수 없는 실정이다. 재정 건전성과 복지 요구 사이에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불가피한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