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정치상황으로 여당 수석전문위원 이동에 난색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최현석 홍정규 기자 = 정부 각 부처가 국장급 공무원 인사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인 한나라당 정책위원회로 파견되는 것을 꺼리는 정서가 확산한 탓이다.
29일 정부 각 부처에 따르면 국장급 인사를 앞두고 정책현안에 대한 당정 간 실무적인 조율 역할을 맡는 수석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겠다는 공무원이 늘고 있다.
수석전문위원으로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다면 부처 안에서 국장급이 움직일 자리가 감소하기 때문에 인사 구도 자체가 꼬이게 된다.
기획재정부는 한나라당 정책위에 파견된 남진웅 국장이 복귀할 때가 됐으나 후임자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나가겠다는 사람이 없어 고시 25회 이하의 주니어급에서 후임자를 찾고 있다. 지금 나가고 싶지 않아도 조직을 위해 누군가는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복귀가 예정된 유재훈 수석전문위원의 후임에 국장급들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후임자가 없는 탓에 1년6개월 전 파견된 최희종 수석전문위원이 당분간 한나라당에 머물기로 했다.
다른 부처들도 대부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의 수석전문위원은 형식상 소속 부처에 사표를 낸다. 대개 1년가량의 파견기간이 끝나면 승진해서 원래 부처로 복귀하기 때문에 공무원 사이에서 인기가 있는 자리다.
수석전문위원의 인기가 떨어진 것은 최근 정치상황과 맞물려 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한나라당에서 이명박 대통령 탈당설이 흘러나오고 여당이 총선에 불리하리라는 전망 때문에 상황이 복잡하다. 괜히 수석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가 미묘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당정협조업무운영에 관한 국무총리 훈령은 수석전문위원이 파견되는 여당의 개념을 대통령이 당적을 가진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이 탈당하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지난 2003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했을 때 부처에서 파견된 수석전문위원들이 조기 정부 복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한 국장은 "당에 파견됐다가 정부로 돌아갈 때는 `승진 복귀`가 관례지만, 중도에 들어올 땐 자리가 곧바로 마련되는 것도 아니어서 차라리 나가지 않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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