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정신과를 가면 이상한 눈으로 바라봐서 병이 있어도 쉽게 찾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부에서 정신보건센터를 관리하면서 조금씩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덕현 중앙대학교병원 교수는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아직 초기 상황임을 지적하며 게임 과몰입 증상 및 연구사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국내 1호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센터를 맡아 운영 중인 한 교수는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다. 그는 원인과 결과로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임상학적 치료와 과학적 연구를 모두 진행하는 이 분야 대표적 전문 연구자다.
한 교수도 처음에는 게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연구를 시작했지만 연구를 진행할수록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보다 깊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지난해 12월 세계적 권위의 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네이처 리뷰(Nature Reviews)’ 토론에도 참여해 게임이 가진 긍정·부정적 영향의 이해와 활용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게임이 ‘뇌를 손상시킨다’ ‘뇌의 활동을 촉진시킨다’ 등 편향적 해석은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게임 중독자 뇌가 마약 중독자의 것처럼 돼 있다는 것은 일반화된 사실이 아닙니다. 일부 사례가 같을 수는 있어도 아직 체계적 연구가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한 교수는 과학자로서 중립적인 의견을 내놓으며 객관적 기준과 장기적 연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중독 진단은 국제 기준이 있는데 게임 과몰입은 아직 알코올이나 마약처럼 수십 년에 걸친 체계적 전문 연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로선 임상학적 상황이 더 중요하며 컴퓨터 게임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1996년 본격적인 게임 과몰입 연구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게임 과몰입 연구가 아직 초기 단계고 산발적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감안하면 중대병원 치료센터는 세계 최초 전문 치료기관으로도 볼 수 있다. 지난해 영남과 호남에 하나씩 추가 설치되면서 지방 상담치료기관과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또 게임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환자와 치료기관을 직접 연결하는 계획도 준비 중이다.
한 교수는 무엇보다 의사로서 환자 치료를 최우선으로 생각했다. 6개월 동안 다양한 환자를 만나면서 그는 무엇보다 가족 형태가 온라인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을 일으키는 중요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는데 주목했다. 치료 방법에 있어서도 약물치료나 체육치료와 함께 가족 치료 및 상담을 중요한 방법 중 하나로 생각했다. 가족 내 갈등을 파악하면서 의사소통 기술을 새롭게 익히도록 설득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가족 간 의사소통만 잘 돼도 인터넷과몰입은 줄어들 수 있다”라며 “모든 게임을 차단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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