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방통위` 체제 가속화...후임 위원장 막바지 인선 작업

 방송통신위원회가 최시중 위원장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직 추스르기에 나선다. 청와대도 이번주 내에 차기 위원장 인선을 끝낼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최시중 사퇴를 계기로 차기 정부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는 등 사실상 ‘포스트 방통위 체제’를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방통위는 30일 긴급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최시중 위원장 사퇴에 따른 정책 운영 방안을 논의한다. 이와 별도로 신용섭 상임위원 주재로 실·국장단 회의를 열고 위원장 공석에 따른 업무 공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방통위 측은 “위원장이 급작스레 사퇴하면서 자칫 방송통신정책 역시 힘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 내부 조직을 추스르면서 차질 없이 업무를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후임 위원장 인선 작업도 탄력이 붙고 있다. 청와대는 전직 정통부 혹은 방통위 출신 장·차관 출신 등을 대상으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새 위원장 후보로는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 송도균 전 방통위 부위원장, 손기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장, 홍기선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 4명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측은 “위원장 후보군으로 4명을 놓고 본격적인 검증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석채 KT 회장, 김인규 KBS 사장, 김동선 전 정통부 차관 등도 물망에 올랐지만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후임자로 선임되면 인사청문회를 거쳐 신임 위원장을 선출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이와 관련, 방통 협·단체 관계자는 “후임 방통위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거대사업자 눈치보기를 반복하지 않는 합리적 정책기구여야 한다”면서 “밀린 현안을 조속히 해결하고 국가발전을 견인할 수 있는 중립적 테크노크라트가 후임자로 선택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원장 사퇴로 방송통신과 ICT업무를 총괄할 새로운 조직개편 논의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미 정치권과 과학기술계에서는 방통위 해체를 전제로 과거 정보통신부와 과학기술부와 같은 독임 부처를 부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위원장 사퇴와 맞물려 기존 방통위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부처에 대한 논의가 급부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최시중 위원장은 27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사퇴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여러 억측과 소문으로 방통위가 자긍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며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주요 정책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사퇴 발표 이틀 전인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2008년 3월 방통위 설립과 동시에 초대 위원장에 취임했다. 3년 10개월 동안 위원장에 재직하면서 종합편성채널, 주파수 할당 등 굵직한 정책 현안을 주도했지만 최근 측근 비리가 불거지면서 입지가 크게 좁아졌다.

 방통위는 후임 위원장이 선임될 때까지 당분간 홍성규 부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장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는 부위원장과 위원회가 미리 정한 위원 순으로 직무를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위원 결원 시에는 지체 없이 보궐 위원을 임명해야 한다. 그러나 방통위가 5인 합의제 형태로 안건을 처리하고 민감한 안건은 대부분 표결에 붙여 위원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업무 지연과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병준·이호준기자 bj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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