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제' 後 청소년 심야 게임접속 고작 4.5%↓

획일적 셧다운제 실효성·청소년 범법 부추김 등 논란 일듯

일각선 "실효성 검증 위한 기초자료부터 부실" 지적

심야시간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원천 차단하는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이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연합뉴스가 입수한 국내 3개 게임업체의 대표적인 전체이용가 등급 게임 6종의 심야시간(자정~오전6시) 평균 동시접속자 자료에 따르면 제도가 시행된 지난해 11월20일 이후 한 달간 평균 동시접속자는 4만1천796명으로 이전 한 달의 4만3천744명에 비해 불과 4.5% 줄었다.

업계에서 강제적 셧다운제 시행 전 전체이용가 게임의 심야시간 청소년 이용 비율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추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제도에 따른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상당수 청소년이 학부모 등 성인의 개인정보를 도용해 접속 차단을 우회했을 가능성이 커 셧다운제가 청소년들의 불법을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획일적인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낮고 청소년들의 범법을 더욱 늘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증거"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공개된 게임물등급위원회의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9~18세 청소년의 19%, 3~9세 어린이의 10%가 자신의 나이에 맞지 않는 게임을 이용한다고 응답했으며, 게임물 이용등급 구분이 유용하지 않다고 응답한 청소년 가운데 59.9%가 그 이유로 `부모의 주민등록번호로 인증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해 학부모의 개인정보를 도용한 게임 접속의 빈번함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업계에서는 자발적인 설문에서 나이에 맞지 않는 게임을 한다는 응답이 19%를 기록했다면 실제로 등급을 우회하는 청소년 게이머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성곤 게임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정부가 추진한 강제적 셧다운제가 규제를 위한 규제에 불과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일률적인 규제보다는 서비스별 특성에 따른 자율 규제를 권장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게임의 특성이나 각 가정의 상황에 맞도록 자율적 혹은 선택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제기된 강제적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에 청소년과 학부모가 함께 참여한 것도 일률적인 규제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헌법소원 청구서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 뿐 아니라 학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심야시간에 자녀에게 게임 이용을 허락할지는 부모의 교육철학이나 자녀의 적성을 고려해 부모가 직접 결정해야 하는데 국가가 나서서 원천적으로 게임 접속을 막으면 부모의 교육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실제로 필요했는지 혹은 실효성이 있는지를 평가할 만한 기초 자료가 처음부터 매우 부실했다는 데 있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은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 정책을 펴려면 오랜 기간 관련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 데도 여성가족부는 신뢰할 만한 자료 조사도 하지 않고 규제 정책 입법에만 급급했다"며 "현재로서는 심야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 비율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되지 않아 실효성을 검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심야 시간에 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 수도 파악하지 않고,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법도 세우지 않은 채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했다는 비판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펴낸 `게임백서`에서 청소년이 하루 중 언제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느냐에 대한 자료를 참고해 법안을 마련했다"며 "심야시간 게임 이용자 가운데 청소년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자료는 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