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떤다. 정치권이 연일 몰아붙인다. 야당은 ‘출자총액제한제’(출총제) 부활에 이른바 ‘재벌세’도 거론한다. 여당은 수위를 낮췄으나 재벌 개혁 의지는 야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분위기 속에 동반성장위원회의 이익공유제가 또다시 부각됐다.
반 대기업 정서 확산엔 대기업 책임도 있다.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으로 분노를 자초했다. 그렇다 해도 최근의 재벌 때리기는 지나치다. 대기업만의 책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크든 작든 기업은 이윤을 추구한다. 이익만 되면 어떤 사업도 하려는 게 기업 속성이다. 자금과 조직력이 있는 대기업은 이 욕구가 더 강해 다른 경제 주체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적절한 정책으로 균형을 잡는 일이다.
다만, 법을 따라야 한다. 대기업 비리도 사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생긴 문제가 많다. 우월적 지위 남용, 편법 상속, 자회사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대기업 비리도 공정거래법을 비롯한 현행법으로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었다.
기업 정책도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사회적 흐름 속에 정책도 바뀔 수 있다. 그래도 현행 법과 제도가 정말 이런 변화를 담지 못하는지를 먼저 살피는 게 순서다. 정치권은 이런 검토도 없이 대기업을 마냥 범죄 집단으로 몰아간다. 기업의 이윤 추구 자체를 범죄시 하는 수준이다. 대기업의 그릇된 행태에 분노하는 국민의 정서를 대리 만족시킬 수 있으나 경제 발전과 민주화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어발 확장’ 비난이 난무하는데 대기업이 제값을 주고 중소벤처기업을 인수해 생태계를 조성하란 주장은 메아리가 없다. 총선, 대선을 앞두고 더할 정치권 행태가 사업 현장에 있어야 할 기업인의 눈을 여의도에 붙잡아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