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산업계, 정부에 SOS

“(우리는) 사막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입니다.”(김강덕 알지스튜디오 대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도록 해드리겠습니다.”(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31일 서울 구로 한국산업단지공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애니메이션산업 정책간담회. 애니메이션 업계는 이날 정부에 긴급구조(SOS)를 요청했고 정부는 이에 화답했다. 방송통신기금 지원 여부 확인, 애니메이션 스토리창작 교육 강화를 약속했다. KBS 역시 편성시간을 조정해 애니메이션 시청률을 높이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 환경 `척박`=`뽀로로` `마당을 나온 암닭`의 성공은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을 바라보는 시선에 착시현상을 일으켰다.

두 작품은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이를 제외한 상당수 제작사는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올해로 탄생 66주년을 맞는 토마스 기관차 같은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만나기는 요원하다.

국산 애니메이션 산업은 `TV시청률 하락→캐릭터 판매 부진→투자유치 고전→해외 자본 의존도 확대`라는 악순환 고리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청자들이 국산 작품을 TV에서 볼 수 없는 것을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영재 한양대 문화콘텐츠과 교수는 “애니메이션은 아동용 콘텐츠 핵심이지만 지상파 방송에서 거의 노출이 되지 않고 있다”며 “애니는 캐릭터 판매가 부가사업으로 중요하나 낮은 시청률로 캐릭터 시장에서도 수익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지난 2005년까지만 해도 평일 5∼6시에 편성했던 애니메이션을 현재 3∼4시로 당겨 방송한다. 케이블과 위성방송 역시 심야 시간대에 편성해 놓고 있다.

이러다 보니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자구책의 일환으로 중국, 홍콩 등 해외 자본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내 시장성과 작품성을 고려하지 않고 해외에서 기획된 작품에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는 소위 `신하청구조`가 만들어 지는 셈이다.

실제 2011년 7월 말 현재 문화계정 모태펀드 전체 투자금액 6038억원의 66.9%인 4035억원이 영화와 게임에 투자됐으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투자는 416억원에 불과하다.

로보카 폴리를 제작한 로이비주얼의 김선구 이사는 “5년 동안 개발했다. 그 동안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둘리, 로봇태권브이처럼 장수하는 캐릭터가 있지만 세대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과제와 전망=이날 행사에서 KBS는 애니메이션 산업 육성에 구체적 전략을 밝혔다.

이영준 KBS 외주제작부장은 “KBS 애니메이션 브랜드 파워를 찾기 위해 프라임 타임 대에 편성시간을 확보할 예정”이라며 “일시적 움직임에 그치지 않고, 사내에 애니메이션 인적 인프라도 구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BS는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공모 제도를 새롭게 마련한다. 상·하반기에 걸쳐 연 2회 우수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예정이다. 간판 교양 프로그램과 애니메이션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청소 소싸움 또는 K팝 스타들의 성장기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도 소재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면서 “방송통신기금 등은 주무부처와 협의해 해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종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회장은 “올해에는 애니메이션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관련 당국과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애니메이션 투자 현황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