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부러우면 지는거다

어제밤 간통으로 현장에서 긴급체포된 한쌍의 남녀가 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엔 `그저 아름다운 로맨스였다`며 경찰서 문을 나선다면?

비슷한 일이 금융권에서 벌어졌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 신청안을 승인하면서다. 금융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펀드가 국내은행을 소유할 자격이 없는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아닌, `금융자본`으로 결론냈다.

불과 두어달 전까지만해도 금융위는 론스타가 일본내 골프장 운영회사 등을 특수관계인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비금융계열 자산이 2조원을 넘는 산업자본이라고 해석했다.

그런데 론스타가 최근 이 자산을 팔아 비금융계열 자산이 2조원 아래로 떨어져 더이상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우리 은행법은 금융과 관련 없는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으면 산업자본으로 간주, 은행 대주주가 될 수 없다.

금융위의 이같은 해석으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팔 수 있게돼 4조4000억원 가량의 매각 차익을 챙겼다.

여기까지다. 론스타는 펀드다. 펀드는 수익 창출이 최고선이요, 존재 이유다. 문제가 있다면 조삼모사 정책도 모자라, 세금 한 푼 제대로 `못 때린` 우리 금융·조세 당국에 있다. 론스타는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떠나는 셈이다.

론스타라는 글로벌 펀드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난 뒤, 지난 2005년 외환은행에 선진 금융인프라인 차세대시스템이 전격 도입됐다. 후진적 국내 금융시장에 자금세탁방지(AML)와 국제회계기준(IFRS) 등이 들어온 것도 바로 이 때다. 구매프로세스를 IBM에 아웃소싱하며 기존 대비 20~30%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록하는 등 지금은 국내 금융권에서 보편화된 조치들을 혁신적으로 접목시킨 것도 론스타다.

물론, 이같은 단기수익 창출을 위해 최소한 사업에만 투자를 집중하고 국내 시중은행과의 경쟁을 위한 중장기 업무시스템 개발에는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이제 론스타는 짭짤한 수익을 거두고 한국을 떠난다. 우리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수업료 만큼의 학습효과를 얻을지는 온전히 우리 몫이다.

금융팀=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