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로봇랜드 3년째 공전..설계비 못줘 소송까지 당해

한때 전국적으로 큰 관심을 모았던 인천로봇랜드가 3년째 공전하고 있다. 인천시는 국책사업인 로봇랜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2009년 7월 특수목적법인(SPC)인 인천로봇랜드를 설립했지만 3년째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로봇랜드 착공을 위해선 착공 전 단계인 정부 조성실행계획 승인이 필요한데 사업권 중복 문제 등으로 21개월째 정부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2월에는 기본설계 비용을 주지 않았다며 외국 용역사에 소송을 당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국내 사업자에 주지 못한 비용도 10억원이 넘는 등 갚아야 할 빚도 상당액에 달한다. 다행히 사업권 중복 문제는 당사자 한양이 해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큰 시름은 덜었지만 총사업비 6800여억원이 들어가는 인천로봇랜드가 성공적으로 개장하기 위해선 재원 조달 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많은 부채로 시달리고 있는 인천시가 정부 돈이 들어가는 공공시설만 만들고 정작 중요한 테마파크는 완공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타내고 있다.

◇3년째 진전 없는 인천로봇랜드=정부 예비타당성 검토를 거쳐 인천로봇랜드가 국책사업으로 확정된 것이 2008년 12월이다. 이후 시는 로봇랜드 사업 추진을 위해 2009년 7월 SPC인 인천로봇랜드를 설립했다. SPC 목적은 조성실행계획을 만들어 정부 승인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3년째 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사업권이 중복돼 있고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재원을 마련한다는 안에 대해 지경부가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3년째 허송세월 하는 사이에 운영비만 100억 넘게 까먹었다. 급기야 지난해 11월 시 의회 행정감사에서는 “인천로봇랜드 SPC를 해체하라”는 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로봇랜드 기본설계를 맡은 외국계 회사 랜드마크가 설계비 지불이 완료되지 않았다며 인천로봇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사업자에 지불하지 못한 돈도 10억원이 넘는 등 빚더미마저 인천로봇랜드 발목을 잡고 있다.

◇사업권 중복 잡음=다행히 인천로봇랜드 착공 걸림돌 중 하나였던 사업권 중복 문제는 해결 실마리를 찾았다. 인천로봇랜드 주주이자 사업중복권 당사자였던 한양이 사업권 중복 시비를 불렀던 LH와 맺은 `테마형레저스포츠단지 조성 협약`을 최근 해지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시는 양측 사업해지가 완료되는 대로 한양이 사업 추진을 위해 그동안 LH에 지출한 금액과 법인세 등 30억원을 청산금으로 1분기 중 지급할 예정이다. 이 과정이 끝나면 시가 단독사업시행자로, 한양은 로봇랜드 조성 주체로 정리돼 사업권 중복 문제가 해결된다. 시는 1분기 중 정부에 수정한 조성실행계획을 신청, 승인을 받은 후 4분기 중 착공할 방침이다.

◇향후 계획도 불투명=하지만 앞으로도 난제가 쌓여 있다. 정부가 총 595억원을 지원하는 로봇산업지원센터, 로봇연구소 등 공공 분야는 시 계획대로 완공할 수 있겠지만 정부 지원 없이 4500여억원이나 들어가는 테마파크가 문제다. 시는 수익부지 매각 등으로 해결할 계획이지만 시가 자체적으로 추진할 재원이 없기 때문에 지금처럼 투자가 얼어붙어 있으면 물 건너 갈 공산이 크다. 최경순 지경부 로봇산업과 사무관은 “인천시가 조성실행계획을 다시 신청하면 테마파크 등 재원 조달 방법을 면밀히 검토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