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의 공적인 역할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KTL은 다른 시험인증기관과 달리 공적인 성격이 큽니다. 이윤을 많이 내 투자자들 배분해 주는데 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특히 중소기업 등에게 피부에 와 닿는 지원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1일 남궁민 한국산업기술시험원장은 KTL의 공적 정체성을 강조했다. KTL은 1966년 박정희 대통령 집권시절 한국정밀기기센터(FIC)로 발족해 2006년 산업기술혁신 촉진법 41조에 근거, 독립법인으로 재편됐다. 기업들이 R&D의 결과물을 가져오면 KTL은 해당 시제품의 시험, 평가 등 적합성 평가를 진행하고 국내외 시장에 내다팔 수 있도록 인증을 해준다. 해외여행으로 비유하면 비자발급인 셈이다.
“KTL은 45년간 지금 이 자리(구로동)를 지켜왔습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우리나라 전자산업 육성을 위해 구로공단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기업에 기술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에 지금의 KTL이 만들어졌습니다. 한국의 산업발전과 궤를 같이한 셈이죠. 세계에서 손꼽히던 빈국이 10대 경제대국에 들기까지 45년간 KTL도 나름대로의 역할을 했다고 자부합니다.”
남궁 원장은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KTL이 세계적인 시험인증기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함께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정책이 있어야 기관의 성장 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남궁민 KTL 원장을 만나 올해 기관경영의 비전과 시험인증 산업의 나아갈 방향 등을 들어봤다.
-대내외 시험인증 산업 환경이 급박하게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고 외국계 기관에 내수시장이 잠식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현재 해외 인증업체가 국내 인증시장의 60%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 인증업체의 해외수주액은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반면 시장은 주력산업, 신성장동력산업 및 융복합산업에 대한 R&D와 시험인증의 연계를 통한 인증과 컨설팅 서비스에까지 수요가 증대되고 있다.
여기에 FTA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장의 개방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국가 간에 무역규제 기술장벽은 낮아지고 시험인증 수요는 급증하는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인증을 받지 못하면 중소기업은 수출을 할 수가 없게 된다. 이 점을 정부가 인지하고 우리나라도 시험인증산업을 지식서비스 전략산업으로 조속히 육성해야 한다.
-올해 경영목표가 있다면.
▲지난 2008년에 세운 `비전 2013`을 충실히 이행해 지속적인 성장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미래성장동력 확보, 글로벌경쟁력 강화, 고객감동 실현, 시스템경영 내재화라는 4대 전략에 맞춘 구체적인 과제들을 완성해 가고 있다.
또 2020년까지 조직 경쟁력을 10배로 키우겠다는 `비전 2020` 전략을 올해 4~5월까지는 세우려고 한다. 직원은 5000명, 매출액은 1조원이 목표다. 그래도 세계 시장의 10대 기관에는 못 들어가지만 어깨를 맞대고 경쟁을 할 수는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규모는 성장했음에도 시험인증기관이 많이 크지 못한 점은 늘 안타까운 부분이다.
현재 KTL은 전통 산업분야 뿐 아니라 정부 녹색산업 정책에 부응, 다양한 신규사업과 중장기 비전을 추진 중이다. 지방이전, 중국시험소 등을 통해 KTL을 활용하면 국제수준의 시험기관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TL이 세계 10대 시험인증기관에 드는데 구조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이 있나.
▲단연 인력규제다. 국가 산업규모에 맞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된 지 오래다. KTL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적인 기능을 포괄하는 국가 시험인증기관임에도 해외 시험인증기관들의 공격적인 국내 시장진입과 국내 경쟁기관들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으로 시장지배력이 많이 약화된 상태다.
그러나 KTL은 공공기관 규제로 인력을 늘릴 수 없다. 손발이 묶여있는 상태나 마찬가지다. 2005년도와 비교해 무역규모는 5000억 달러에서 1조 달러로 배가 늘었지만 KTL 인력 규모는 여전히 346명으로 똑같다. 시장이 커지면 이를 담당하는 조직의 규모도 보다 확대돼야 맞다. 수요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공공기관과 똑같은 틀로 재단하다보니 기본으로 들어가는 인력은 유지해야 하는 반면 신규사업에 배치할 인력이 없어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지금 우리 시대의 화두는 일자리 아닌가. KTL은 정부 예산을 가져다 쓰기보다 우리가 직접 사업을 해서 수익을 내는 구조다. 때문에 인력 200명쯤 늘린다고 해서 국민 세금을 더 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셈이 된다.
-산업의 허리로 불리는 중소중견기업 진흥도 또 다른 화두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KTL의 집중적인 지원계획이 있다면 말해달라.
▲중소기업은 시제품을 상용화해 시장에 팔면 성공한다. 아무리 R&D를 해도 시험인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안된다. 중소기업은 이 부분에 대한 지식, 정보, 마인드 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해왔던 시험인증 영역에 정보제공, 기업교육, 기술컨설팅 등의 업무를 추가해 `중소기업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토털 솔루션이다.
중소기업의 제품이 불합격했을 때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해소하는 지원사업도 병행해 기업 당 매출 증가효과를 평균 20억원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전자파 부적합 대책기술 지원도 확대한다.
또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같은 신규권역으로 MOU지역을 확대해 해외네트워크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올해 안에 47개국 97개 기관에서 50개국 100개 기관으로 늘린다는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 환경 등 미래산업 분야를 추가해 중소기업들이 신성장산업에 진출할 때도 애로사항이 없도록 준비할 예정이다.
-2013년 진주 지방이전에 따른 새로운 구상이 있다면 무엇인가.
▲기관 이전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건물 규모에 대해 이견이 있는 상태지만 2013년 진주 본원 이전시대는 확실하게 열어나갈 예정이다. 진주의 역점산업은 조선, 해양, 플랜트 등이다. 이에 맞춰 시험인증 장비 구축 등 지원사업을 해야 한다. 고무적인 것은 경남지역 동남권 사업단과 KTL과 연계해 풍력발전 인증을 위한 과제를 이미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항공, 조선, 플랜트,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쪽을 특화해서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공공기관이 성장하려면 기관의 자체적인 노력만 갖고는 안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시험인증 산업 정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정부의 R&D 예산이 5조가 넘어가는데 그 중 시험인증예산은 KTL지원 예산이 전부일거다. 정책이 동반되면 산업은 빠르게 성장한다. 이 산업을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부 R&D 예산에서 시험인증 예산을 좀 떼내 프로그램 운영을 기관에 맡기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국가 R&D 성공률이 84% 정도로 돼있는데, 상용화는 44%에 그친다. 이것이 90% 이상 돼야 한다. 사업화 성공률은 시험인증 작업을 같이 하지 않아서 그렇다. 사업을 전제로 하는 R&D를 시험인증과 같이 참여할 수 있게끔 정책적인 배려가 따라야 한다.
우리나라 시험인증기관의 대표격인 KTL이 국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활성화가 덜돼있다. 이는 국격의 문제다. 인증시장 대부분이 외국에 잠식당하고 있고 부수적으로 기술유출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 중심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 정부가 적극 투자해 이 산업이 커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
■남궁민 원장 프로필
△1955년생
△학력사항
-춘천고등학교 졸업
-서울대학교 법학과 졸업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정보통신학 석사 졸업
△주요경력
-2011~현재 한국산업기술시험원 원장
-2009~2011 지식경제부 우정사업본부 본부장
-2008~2009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정책관
-2007~2008 우정사업본부 금융사업단장
-2004~2006 정보통신부 감사관
-2003~2004 정보통신부 강원체신청장
-2002~2003 정보통신부 총무과장
-2001~2002 정보통신부 정보화기획실 기획총괄과장
-1997~1998 대통령 경제비서실 행정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