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이준현 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문제는 우리 후손을 위해 해결해야 할 최대 현안이다. 유럽·미국 등 선진국은 그린에너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8년 녹색기술과 청정에너지를 통한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 비전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 중심에 이준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원장이 있다.

“지난 3년이 국가 그린에너지 전략로드맵을 만드는 시기였다면 앞으로 3년은 공기업과 민간기업 에너지 R&D 투자를 이끌고 성장동력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기간입니다.”

이 원장은 지난 3년간 에기평의 업무성적표를 `B학점`으로 자평했다.

“업무평가는 외부로 보이는 잣대일 뿐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린에너지 R&D는 서두르면 안 됩니다. 지금까지 그린에너지 옥토에 씨를 뿌렸으니 앞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물과 사랑을 아낌없이 지원해야 합니다.”

이 원장은 올해 `에너지기술 산업화`라는 비전을 내걸고 녹색기술 사업화에 조직의 모든 역량을 가동할 계획이다. 치열하게 펼쳐지는 글로벌 녹색경쟁에서 에기평이 에너지 기술혁신 허브가 되기 위해서다. 그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1~2년 내에 활성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체질개선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이 원장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R&D 예산으로 2500억원이 책정됐다”며 “녹색기술 글로벌 시장이 지금 형성되고 있는 만큼 분야별로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녹색에너지 기술개발 방향을 어떻게 잡았는지.

▲그동안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은 국내 녹색기술의 글로벌 리더십을 위해 전략적인 에너지기술 개발을 목표로 새로운 R&D 체계 전환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올해는 그 연속선상에서 △에너지기술 신성장동력화 △공생발전 R&D 생태계 조성 △에너지기술 산업화 인프라 구축 △에너지 R&D시스템 선진화 4대 전략을 중심점으로 잡고 있다.

우선 신재생에너지·스마트그리드 등 그린에너지 핵심 기술을 수출산업화 및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육성하고 기초·원천연구 투자와 자원개발 원천기술 연구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그린에너지 핵심 설비 국산화도 반드시 챙겨야 할 부분이다. 이를 위해 부품·소재·장비 R&D 지원 비율을 확대해 국산화율을 2010년 56%에서 2020년 85%까지 늘릴 계획이다.

동반성장 측면에서는 대·중소기업 역할을 분담해 공동기술 개발모델을 확산하고 중소·중견기업 지원 비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녹색인재 양성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업맞춤형 실무인력을 양성하고 실증사업을 확대해 기업의 노하우 확보와 표준화 인증 부문도 강화할 예정이다.

R&D시스템은 분야별 재원 배분을 위한 포트폴리오와 기술통계 및 동향분석시스템을 마련해 지금보다 전략적인 기획을 짤 수 있도록 기반을 구축할 것이다. 특히 R&D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 사업화율을 제고하고 성과 활용보고서 등을 발간해 R&D 성과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에너지 분야 R&D 활성화와 산업계 실질적인 도움을 위해서 구상하고 있는 개선안은.

▲실증사업을 확대해 R&D가 사업화로 연결되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해상풍력·에너지저장·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기술은 특성상 대규모 장치기술이 많고 안정성이 강조된다. R&D 단계 수치가 아닌 실증을 통한 검증이 중요한 이유다. 평가원에서는 기업 실증연구 수요조사를 전개해 체계적인 성능시험, 인증 및 실증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에너지실증단지 구축을 검토하고 있다.

기술이전도 활성화해야 한다. 출연연과 대학이 보유한 기술을 중소기업에 이전하는 것은 중소기업 기술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대학 전문인력·장비·시설 등을 활용한 사업화 기술지도와 비용지원을 강화하고, 기술이전 실적이 우수한 곳에는 과제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 면에서는 에너지기술 표준화와 인증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신규 그린에너지 기술·설비 인증제도를 확대하고 인증기준, 평가방법 등의 표준 가이드라인 제정을 준비하고 있다. 녹색인증을 획득한 기술은 사업화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R&D 사업화를 강조했는데 그동안 연구한 에너지기술의 사업화 대안이 있다면.

▲에너지 R&D 성과를 확산하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 `에너지 R&D 종합성과대전`이 대표 사례다. 지난해에는 110개 기관이 참가해 연구개발 성과물을 전시하고 분야별 협의회를 진행해 성과를 교류했다. 이외에도 매년 그린에너지 어워드를 개최해 국내에서 개발한 우수 에너지기술을 시상하고 녹색기술 사업화 설명회도 개최해 기술이 수요기업에 이전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평가원에서는 유망한 녹색기술을 평가하고 인증해 자발적 민간 투자와 투자 방향성을 제시한다. 이는 기술·시장·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 종료과제는 성과활용 조사를 벌여 주요성과와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다른 R&D에 반영하는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녹색산업 성장으로 관련 인재에 대한 요구도 높아지는데 우수한 녹색인재 배출 계획이 있는지.

▲기업이 교과과정 구성과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취업과 연계하는 에너지산업 맞춤형 고급인력 양성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양성을 가시화한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해 인력수급 불균형을 완화하고 에너지원과 인력양성 프로그램별 적정 예산 포트폴리오도 수립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산업 고용실태를 조사하고 인력수급을 분석해 인력수급 미스매치 현황과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분석 결과를 에너지인력 양성전략에 반영해 취업부터 퇴직까지 전 주기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구상 중이다. 에너지인력 양성사업 수행기관이 매년 정기적으로 배출인력 실태를 조사해 통보하고 시스템상 지원인력·배출인력·취업인력 등 다양한 통계치를 적립해 기획 및 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자원전쟁 시대 우리나라 자원개발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세계는 개도국의 자원 소비 증가로 자원개발 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과거 비주류로 평가받던 비전통 석유가스와 심해 유가스전 개발에 석유기업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우리나라도 오일샌드와 석탄층 메탄가스·셰일가스 등 비전통 석유가스 생산기술과 심해 등 신개척 지역 탐사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에 나서야 한다. 평가원은 이를 반영해 지난해 자원 개발기술 전략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로드맵대로 기술개발을 진행하면 선진국 대비 47%에 머물러 있는 자원개발 기술수준이 2020년에는 81%까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부문이 역할을 분담하고 필요한 부문에서는 긴밀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국내 자원개발사들이 요구하는 매장량 평가와 수평시추 등 핵심기술 개발에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해외 에너지 연구기관과 협력 방안은 어떻게 마련하고 있나.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으로 이원화한 협력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EU 등 에너지기술 선진국과는 그린에너지 핵심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 양자 간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발굴·추진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스마트그리드·에너지저장·신재생·녹색교통·연료전지 등이다.

개발도상국과는 자원 확보와 원전 등 에너지기술 수출을 위해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몽골·볼리비아 등과 협력을 가시화하고 있으며 개도국 지원 국제기구를 통해 아프리카·중남미·아시아 국가의 수요도 파악하고 있다.

주요국에는 국내외 연구자 간 연구 거점을 마련해 프로젝트를 도출하고 해외기술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또 미국·캐나다·유럽 과학기술자총회와 연계한 에너지기술 포럼을 지속적으로 개최해 최신 기술·정책 동향을 공유하고 연구개발 추진방향 자문에 활용하고 있다.

-에너지기술 R&D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에 조언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에너지는 꾸준히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 시험을 앞두고 벼락치기 공부를 하듯 할 수 있는 산업도 아니고 그런 식으로는 어떤 결과물도 얻기 힘들다. 에너지 R&D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수많은 에너지기술 개발에 따른 성과가 무엇인지를 보려하겠지만 이런 단편적인 시각이 아니라 국가정책적인 큰그림으로 해당 기술을 어떤 분야에 사용할 수 있고 어떻게 응용할 수 있을 지를 내다보고 그 길을 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산업은 최근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우려하는 시각이 많지만 오히려 이때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 주요국들은 시장 위축에도 불구하고 에너지기술에 공격적인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래에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함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은 시기와 속도의 문제일 뿐 반드시 도래할 미래다. 우리나라가 미래 에너지기술 주도권을 가져가려면 R&D와 사업화를 위한 꾸준한 관심이 필요하다.

◇고객과 소통으로 선진화된 R&D시스템 정착

`연구 주체와 평가 인증기관이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선진국형 에너지 R&D.`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올 한 해를 이끌어갈 핵심 경영가치다. 평가원과 연구 수행자 관계를 갑을이 아닌 동일 선상에서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협력자로 재정립해 연구수행 성과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평가원은 협력하는 R&D 문화 조성을 위해 올해 고객과 소통에 집중할 계획이다. 우선 평가절차 통합 및 수요자 중심 설명회를 개최해 연구수행자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신규 협약 시 개최하던 지역별 현장설명회도 수행기관 요청에 의한 방문설명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확대하고 사업비 집행과 관련해선 사전 회계교육도 실시한다.

협의체 활성화를 통해 교류 네트워크도 강화할 예정이다. R&D사업 분과별 평가원과 연구수행기관 간 협의회를 규정 설명 및 애로사항 청취채널로 활용할 계획이다. 여기에 연구 수행자에게 필요한 주요사업 안내 및 성과물과 에너지 기술·정책동향 등의 정보도 주기적으로 제공한다.

기획·평가관리 체계를 고도화로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공정성과 투명성도 강화한다. 기획체계는 과제 도출과 공공 과정에서 예산 규모보다 많은 과제수를 기획해 과제 간 경쟁체계를 강화하고 R&D 수요자와 상시 교류체계 마련 및 기획 전 과정 공개로 열린 기획을 실현한다. 평가부문은 에너지 유관 학회·협회와 협력해 평가위원 구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엄격한 검증으로 질적 수준을 강화해 평가결과에 공정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을 관리자형과 전문가형으로 구분해 맞춤형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장교육·특허분석·기술예측 등의 교육을 단계적으로 시행해 전문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핵심인재는 교육과 경력관리 기회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준현 에너지기술평가원장은 “고객과 함께 R&D하는 문화는 결국 평가원 구성원 하나하나가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구성원이 협력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준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프로필

△1956년생

△학력사항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졸업

-일본 도호쿠대 기계공학 석사

-일본 도호쿠대 기계공학 박사

△주요경력

-2010년~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자문위원

-2009년~현 한국스마트그리드사업단 이사

-2009년~현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고문

-2009년~현 저탄소녹색성장 국민포럼 운영위원

-2010년 한국에너지공학회 자문위원

-2007~2009년 원자력기초 공동연구소장

-2007~2008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에너지자원분야 전문위원

-2004~2008년 고장분석 및 신뢰성연구센터 소장

-1990~2009년 부산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1989~1990년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품질공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대담=김동석 그린데일리 부장 dskim@etnews.com

정리=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