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용 소재인 분리막을 제조하는 더블유스코프의 지난 11년이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지난해 매출 34억엔(약 500억원)에 영업이익률 30%를 넘긴 이 회사 실적에 박수를 보낼 때마다 거북함이 무겁게 가라앉는다.
왜 박수와 불편이 얽히는가. 한국 정부와 벤처투자사가 더블유스코프를 외면했던 과거 때문이다. 정부와 벤처투자사는 지난 2000년 분리막을 개발한 뒤 투자자를 찾아 나선 더블유스코프를 믿지 않았다. “대기업도 못하는 분리막을 (한낱 중소기업인) 너희가 어찌 개발하고 생산하느냐”며 배척했다. 사기꾼으로 보았다.
일본 자본은 달랐다. 한국에서 따돌려진 더블유스코프에 40억엔을 몰아줬다. 양산을 준비하면서 수년 간 수백억원을 쓰기만 했음에도 수익 창출을 독촉하지 않았다. 제품을 제대로 생산하려면 큰 설비·장치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차분히 기다렸다. 더블유스코프는 2009년부터 3년 평균 매출 성장률 54%와 영업이익 성장률 200%로 투자자에게 보답했다. 지난해 말 도쿄증권거래소 벤처기업 시장에 등록까지 했으니 투자자가 더 크게 웃게 됐다.
우리에게도 창업·벤처기업 지원 체계가 있다. 그동안 정권 교체 여부에 관계없이 제도를 꾸준히 손질했다. 그런데 왜 더블유스코프 같은 성공사례를 쓰지 못했을까. 조급해서다. 기술 개발·창업을 북돋웠으되 양산·판매는 `네가 알아서 하라`는 격이었다.
그제 여러 중소기업인이 조동성 한나라당 인재영입위원장에게 “국회의원은 낮엔 중소기업 편이나 밤이 되면 대기업 편”이라고 꼬집었다. 폐부를 꿰뚫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청년 꿈(창업)을 보살피겠다는 정치권·관가의 진심이 부족해 보인다. 한국에서 밀려나 현해탄을 건넌 청년이 아예 돌아오지 않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