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가지를 씌우기 쉽거나, 불리한 조건을 별 항의 없이 받아들이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
호구+고갱님의 약자다.
`고갱님`은 고객님을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한 것이다. 텔레마케터나 고객 서비스 센터 직원이 영혼 없이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연발하며 각종 휴대폰이나 금융 상품을 권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실제 혜택은 별로 없으면서 겉만 번지르르한 상품을 구매하라는 유혹을 받지만, 막상 해지할 때는 하염 없이 전화를 붙잡고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상담원 연결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고갱님`들의 처지를 자조적으로 나타낸 표현이다.
통신망을 뒤덮고 있는 마케팅 열기 가운데 정작 소비의 주체가 되지 못 하고, 복잡하고 알아듣지 못할 각종 조건과 `특별 혜택` 속에서 소외된 현대 소비자의 자화상이다.
`호갱님`은 `고갱님` 중 불리한 조건을 인지하지 못한 채 상품이나 서비스를 바가지 써 구매하는 어수룩한 사람을 말한다. 꼼꼼하게 따지지 않고 조립 컴퓨터를 산 후 각종 부품 및 사양 가격을 인터넷에 올렸다간 `호갱님 인증`을 하게 된다. 수십 년을 한 통신사 충성 고객으로 지내도 외면하다, 갑자기 전화해 `우수 고객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3년 약정하면 철 지난 스마트폰을 주겠다는 통신사 마케팅에 넘어간 당신은 호갱님.
호갱님이 될까 두려워 전자제품을 잘 아는 친구와 함께가 아니라면 아예 전자상가에 발길을 끊는 사람도 많다.
스마트폰 유통 구조가 하도 복잡해지다 보니, 최근엔 구입 조건을 가격이나 기종, 요금제별로 꼼꼼하게 따져볼 수 있는 `호갱 프로텍터`라는 스마트폰 앱도 나왔다. 게임 아이템 판매를 늘리려는 수작이 빤히 보이지만 이를 비난하면서도 온라인 게임을 계속 하는 게이머들이 스스로 `우린 호갱님`이라며 자조하기도 한다.
* 생활 속 한마디
A: 럭셔리 플라스틱 케이스의 최신 앤이콜 2G 폴더폰을 월 7만7000원 요금제로 5년 약정하겠습니다.
B: 사랑합니다 호갱님~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