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오픈한 `모바일 교보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은 교보문고가 오프라인-온라인 채널 접점 확대를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프로젝트다. 검색부터 구매까지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용하기 쉽고 속도도 빠른 `기본에 충실한` 모바일 시스템을 모토로 삼았다. 교보문고가 처음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해 개발했다. 애자일 방법론이란, IT 프로젝트 추진 과정에서 검증과 개발을 짧은 주기로 반복해 시스템 완성도를 높이는 방식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추진하는 IT 프로젝트는 개발 완료 후 막바지에 통합 테스트를 하지만,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하면 개발 도중 테스트를 거듭한다. 프로젝트 초기부터 사용자 의견을 반영해 완성물을 다져 나가는 개념이다.
이 방법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팀워크와 프로젝트매니저(PM) 리더십이 필수다. 잘 적용시 개발 성과를 높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도입에 실패한다.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갈 수 있어서다. 교보문고는 `하나된 팀워크`로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쳤다.
◇교보문고-LG CNS, 모바일 새 역사 쓰다=모바일 앱 개발 프로젝트 추진을 결정한 교보문고는 애자일 방법론을 도입키로 결정하고 파트너로 LG CNS를 선택했다. 모바일 교보문고 총괄 프로젝트매니저(PM)를 맡았던 오수민 교보문고 대리는 “섣불리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어떠한 좋은 방법론이나 시스템도 팀워크로 성공시킬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4월부터 시작한 개발 작업은 크게 다섯 단계로 나뉘어 추진됐다. 초기 시제품(프로토타입) 개발 기간 후 `1차 스프린트(단계)-2차 스프린트-3차 스프린트`를 거쳐 최종 테스트 기간을 가졌다. 하나의 스프린트 이후 테스트와 수정 및 확정 작업이 이뤄지는 원리로 한 달에 한 번씩 테스트와 재개발이 반복된 셈이다. 스프린트 마다 약 30%의 개발이 진행, 일일 단위로도 12시마다 각 개발자들의 개발 결과물이 자동으로 취합돼 통합 테스트가 실시됐다.
오 대리는 “이 방식의 장점은 오류를 초기와 중간 과정에서 수정함으로써 프로젝트 막판에 초기 개발 결과물까지 뒤집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추진 과정에서 완성물이 확정돼 후반의 재개발 여지가 없기 때문에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잇` 붙은 대시보드…매일 아침 미팅=당시 본사 건물밖에 별도로 마련된 프로젝트 룸에는 교보문고 모바일 서비스팀 및 IT팀 인력과 LG CNS 등 기획·개발자 약 30명이 상주하면서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댔다. 초기엔 LG CNS 애자일 방법론 연구 부서가 참여해 교육 등을 진행키도 했다. 황태익 LG CNS 과장은 “프로젝트 전 단계를 빨리 순환시켜야 하는 부담감을 극복하면서 조직원간 소통, 협업, 의사결정 체계가 뒷받침 돼야 하는 데 화합이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애자일 방식 프로젝트 추진의 동력이 된 것은 사무실 한 켠 벽을 채웠던 대형 `대시보드`다. X축과 Y축으로 구성된 큰 표가 그려진 대시보드에는 수십 개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각 포스트잇에는 프로젝트 추진 도중 해야 할 과제가 하나의 기능씩 적혀져 있었다. 기획 담당자가 A 기능 포스트잇을 `해야 할 일(To Do)` 칸에 붙여 놓으면, 개발 담당자가 A 기능을 개발한 이후 해당 포스트잇을 `완료함(Done)` 칸에 옮겨놓는 식이다. 각 기능의 개발 경과를 모두가 공유하면서 문제 해결과도 직결돼 효과적이었다. 때론 특정 과제만 추진 속도가 떨어져 있는 경우도 눈에 띄니 심리적 재촉의 요인이 되기도 했다.
구성원 동기 유발이 이뤄지면서 프로젝트 진척 기여 정도가 가시화되는 것이다. 황태익 과장은 “`대시보드 방식은 도전할 과제를 눈으로 보여줘 시간이 지나 포스트잇이 줄면 시각적 효과로 성취감도 높일 수 있다”면서 “임원들도 적체된 프로젝트 상황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어 소통에도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이뤄진 `스크럼 미팅`도 높은 효과를 냈다. 아침 9시에 프로젝트 추진 전 인원이 모여 5~10분간 대화를 나누는 스크럼 미팅은 하루 동안 변경된 사항과 해야 할 과제를 공유하는 자리다. 논의를 통해 결과를 내는 회의가 아니며, 포스트잇은 이 시간에 옮겨졌다.
◇애자일 방법론 성공에는 `팀워크`가 핵심=교보문고는 애자일 방식을 적용한 모바일 교보문고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을 △소통과 팀워크 △명확한 목표 △타당한 로드맵 △PM의 리더십 △스마트한 추적관리 등으로 꼽는다.
오수만 교보문고 대리는 “기간에 맞춰 개발 영역을 정하는 과정에서 스프린트를 현명하게 구분 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술적 이슈는 어떤 방법으로 추진해도 생기는 데 큰 이슈일수록 앞쪽 스프린트에 배치에 해결할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난제로 꼽혔던 동영상 기술 등을 초기에 배치시켰다.
1차에는 쇼케이스 중심, 2차에는 결제, 3차에는 애플리케이션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다. 당시만 해도 흔치 않았던 HTML5 웹표준을 도입해 개발을 추진했다. 유지비용과 확장성을 고려해 개발 방향과 목표가 명확했다는 점은 주효했다. 황 과장은 “프로젝트 초기부터 요구사항이 식별돼 있었고, 인터넷 교보문고 모델을 모바일에 최적화시키는 등 전체 약 200여개 기능의 목표가 명확했다”고 말했다. 스프린트 마다 지나치게 요구 사항이 나올 경우 전체 프로젝트 주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절했다. 3차 스프린트 이후엔 체험단을 모집해 안정적 오픈을 도모했다. 스프린트 구분에 맞춰 중간 시스템 오픈일도 철저히 지키는 등 계획대로 최종 오픈 일정까지 준수했다.
이 과정에서 어느 쪽도 일방적이지 않도록 하는 PM의 리더십과 어떤 의견도 받아들일 수 있는 팀워크가 핵심 역할을 했다. 오 대리는 “애자일 방법론이 만능이 아니라, 방법론의 일부라도 잘 차용해 기업과 프로젝트에 맞춰 수용한다면 프로젝트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바일 교보문고는 N-스크린 기반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고 더욱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 가치를 높이는 데 힘쓸 계획이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
[그림]전통적 개발 방식과 애자일 개발방식 비교(자료:LG C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