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나도 박사(博士)다

`불규칙적 월급으로 정상생활 유지가 힘들다` `경력 축적할 수 있는 일자리가 아니다` `근로자가 아니라는 시각 때문에 정부지원 사각지대에 있다` `4대 보험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연구 하고 싶지만 독자 연구 수행할 방법이 없다.`

계약직으로 대학에 고용된 이공계 박사 연구원이 처한 상황이다. 대학원 박사 과정을 마치고절차를 밟아 학위를 받은 이들. 다른 박사들과 차이점이라면 학위를 받은 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것 뿐이다.

이공계 박사 배출 규모는 매년 6000여명을 넘어선다. 배출인원은 해마다 증가 추세다. 이 가운데 정규직 취업에 성공한 박사는 절반 수준이다. 나머지는 대학에 계약직으로 고용, 교수 중심 연구 활동을 지원한다. 현재 대학에 고용된 계약직 박사 연구원은 약 7000명이다. 연구원 중 42%는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않았다. 정확한 위상이 없어 부르는 호칭도 전임연구원, 연구원, 박사후연구원 등으로 다양하다. 인건비는 대부분 정부 R&D사업에서 충당되며 월 100~200만원 내외다. 급여는 비정기적이며 고용기간은 1년 단기계약직이다.

결국 이들 중 상당수는 생활을 위해 연구자 길을 포기하거나 해외로 진출, 연구의 길을 모색한다.

정부는 국제과학비즈니스밸트 내 기초과학연구원에 근무할 우수 두뇌를 모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외에서 박사들을 데려오기 위해 고위층까지 나설 예정이다. 상당한 예산도 투입한다. 국가 R&D수행 핵심주체로 부상한 대학 역시 우수 연구원 확보가 핵심과제다. 우수연구원을 확보해야 장기적으로 계획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다.

많은 `두뇌`들이 한국을 떠나는 가운데 한쪽에선 `두뇌`를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 한다. 수준과 분야에 따른 각자의 요구사항이 다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상황을 보면 뭔가 어긋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기술 성패는 우수인력에 달렸다. 배출되는 두뇌들에겐 일자리를 제공하고 정부는 원하는 인력을 확보할 묘안은 없는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