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세라믹 정수 기술이 제3세계 식수난 해소에 쓰인다.
3일 한국세라믹기술원(원장 김경회)에 따르면 정부는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식수난을 해결하기 위한 `세라믹 정수기` 기술전수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해당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석유, 광물 등 현지 자원개발에 대해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세라믹기술원이 개발 중인 제품은 항균성 도자기술을 적용한 세라믹 필터로, 우리나라 전통 항아리 형태의 정수시스템에 설치될 예정이다. 도자기 소재 자체의 나노기공과 광촉매 처리기술 등을 활용해 물을 걸러준다.
세라믹기술원은 지난해 말부터 세라믹 필터 개발에 착수했으며 올해 상반기 내 시제품 시연을 마치고 하반기께 현지 보급을 추진할 예정이다. 먼저 현지에 세라믹 정수기 기술을 이전한 뒤, 이후 해당 제품을 현지 국민이 직접 제작할 수 있는 전통가마 등을 지어줄 예정이다.
정부는 우선 인도네시아 현지 협력기업과 함께 낙도 학교에 세라믹 정수기를 보급하는 안이 담긴 MOU를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정부도 이를 적극 반기고 있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보급은 국내 KOICA, 국네이버스 등의 파트너와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소외된 90%의 인류를 위한 `적정기술`의 연장선상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개발도상국 국민생활의 문제점을 적절하게 해결해주는 한편,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한 세라믹기술원의 기능 창출과 인지도 제고, 산업계의 신제품 테스트베드 등 상호 윈윈이 가능하다.
그동안 제3세계에는 스위스 베스터가드 프란센사가 개발한 `라이프스트로`를 비롯해 `큐-드럼`, `사탕수수숯` 등 현지 환경에 맞춘 다양한 종류의 적정기술 제품이 보급된 바 있다. 라이프스트로는 강물이나 오염된 물에 직접 기구를 대고 물을 마시면 세균을 죽이는 필터를 거쳐 먹을 수 있는 물이 되는 휴대용 기구다.
여기에 한국의 세라믹 기술과 은나노 기술이 결합한 `항아리 정수기`가 새롭게 추가되는 셈이다. 우리나라가 생필품을 직접 지원해주는 것이 아닌 IT기술로 원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경회 한국세라믹기술원장은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겠다는 것”이라며 “(적정기술 지원사업 등은)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가 나아가야 할 궁극적인 방향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