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함께 뛴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올해가 글로벌 정착 원년이 될 것입니다. 시스템 정비는 마무리 됐습니다. 세계 5대 시험인증기관에 들 수 있도록 업무를 확대하고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6일 조기성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원장은 그동안 조직정비와 사업영역에 전문성 향상을 다져왔다면 이제는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해외로 진출, 세계 5대 시험인증 기관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현재 세계 시험인증시장은 100조원에 달하고, 국내시장도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세계경제가 WTO, FTA 체제로 재편되면서 관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무역규제가 기술규제로 바뀌어가면서 시험인증 시장은 앞으로 더욱 성장세를 높여나갈 전망이다.

“국내 시험인증기관은 국내시장 절반 이상을 글로벌기관에 내주고 있는 등 이제 비로소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만, 세계 시험인증시장은 성장세가 매우 빠른 상황입니다. 곧 민간기관과의 경쟁, 기관 간 통합 물결이 일어날 것입니다. 이를 대비해 기관 전문성과 사업무대 확보는 물론 이 산업에 대한 정부 육성의지도 필요합니다.”

조기성 원장은 지난 2010년 취임 당시 직원들에게 “재임기간 중 기관의 2배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KTR은 조 원장 취임 당시와 비교해 3배 이상의 성장을 거뒀다. 조기성 KTR 원장이 시험인증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과 올해의 역점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글로벌 정착원년 의미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올해부터 인증과 시험 인프라의 공급 대상이 해외 위주가 될 것이다. KTR은 글로벌 기관과 직접 경쟁구조를 갖추고 국내 시험인증산업, 나아가 국내기업 보호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몇 년간 해외사업에 주력해 왔다. 현재 해외 23개국 79개 기관과 비즈니스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일본, 러시아 등 주요 수출국 정부와 직접 협력을 통해 수출기업들이 직접 해외 인증과 수출 기술규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미, 중앙아시아 등 제3국 시장을 선점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무역규모는 크지는 않지만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국에 정부 시험인증기관으로 지정받고 지사를 세우는 일에 집중할 것이다.

-세계 5대 시험인증기관 진입이 가능할까.

▲이미 KTR 시스템과 수입구조는 글로벌 시험인증기관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세계 최대 시험인증기관인 SGS의 경우 1인당 생산성이 1억원 정도이지만 KTR은 직원 한명당 약 1억6000만원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 수입원이 시험부문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인증사업으로 변화하면서 생산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KTR은 화학, 환경, 정보통신, 전기전자, 소재, 신뢰성, 비파괴, 금속, 자동차, 조선, 토목, 건축, 의료기기, 신약(전임상), 고장원인 분석 등 대부분 산업 분야에 걸쳐 시험, 인증 및 기술컨설팅 사업을 수행하면서 기업을 직접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사업 포트폴리오로 KTR은 연간 3만개 기업에서 20만건 이상 시험의뢰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역점사업은 무엇인가.

▲올해 핵심은 세계시장 진출 확대다. 해외인증 사업을 더욱 공격적으로 추진, 러시아 GOST-R 시험인증 정착 및 제3국 시험인증시장 진출을 적극 수행할 것이다. 또 미국 에너지스타 사업 확장과 미국 인증시장 진입을 위한 미국인증기관 추진 및 주요수출국 화학물질규제 등 기술규제 장벽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KTR 고유 인증마크인 TR마크사업을 강화, UL이나 TUV처럼 TR마크가 세계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확대할 생각이다.

아울러 LED조명 시험인증 분야에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강화, 국내 최고 LED 조명 시험인증기관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다.

국내 최초 고전압케이블 분야 시험센터 구축 등 신규사업 확대에도 힘을 기울일 방침이다. 조달청 전문검사기관 품목을 현재 550여개에서 700여개로 확대, KTR 시험성적서만 있으면 중소기업이 조달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인 전남 화순 헬스케어연구소 2단계 사업을 착수하고 분석GLP(전임상시험), 식물 등 천연소재를 활용한 기능성식품, 신약에 대한 전임상시험 및 인증 등 분야에도 적극 투자해 차세대 성장동력인 헬스케어산업 지원기관 역할을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화학융합시험연구원 이름에 맞게 다양한 분야 시험, 인증, 기술컨설팅 강점을 살려 융합산업을 지원하고 융합 시험인증을 선도하겠다.

-중소기업을 위한 시책은.

▲KTR은 중소기업을 위한 시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은 품질 향상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시험실을 구축하는 대신, KTR의 다양한 시험검사 인프라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전 산업 분야에 걸쳐 있는 KTR 장비와 전문인력은 기업의 기술개발에서 품질향상, 시장개척 및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기업활동 전주기에 걸쳐 최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돼있다.

시험검사에서 불합격을 받으면 KTR 전문인력 및 학계 등 네트워크와 협력해 제품이 적합 판정을 받을 때까지 원인분석 및 해결책을 제시하는 고장원인분석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산연협력사업, 공정개선 컨설팅, 특허기술성 평가, 법원감정 및 기술분쟁 해결 등 다양한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고 융합기술에 대한 시험인증 및 신기술 대응 서비스 등 중소기업을 위한 신규사업 확대에도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KTR이 매년 시행하는 `기술홈닥터` 사업은 기업이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기술적 문제나 시험평가 및 수출국 인증 등에 대한 상담 및 가이드 등에 대한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전문성과 노하우를 필요한 기업에 제공하는 일종의 `재능기부`다. 기술홈닥터는 지금까지 5회에 걸쳐 132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올해부터는 실시횟수를 크게 늘릴 계획이다.

-시험인증산업 성장 걸림돌은.

▲시험인증산업은 엄청난 투자산업이다. 수익성이 크진 않지만 투자가 많은 전형적인 산업이다. 그래서 대기업이 승부를 걸어보려고 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실력과 시스템 구축에 투자만 있으면 클 수 있는데 회수율이 크지가 않아서 일반 공기업 성격의 기업들이 주로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에서 대규모로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민간 차원에서 국민주 성격으로 갖고 있으면서 상장이라도 하면 투자할 텐데 이도저도 아닌 상태다. 게다가 외국 시험기관들이 국내 들어와 수요도 쪼개졌다.

우리나라가 아무리 FTA로 자유무역시대가 오고 의료산업이 크다고 자랑을 해도 가장 마지막에 그 산업을 지켜주는 비자의 역할을 하는 분야가 시험인증기관이다. 이게 없으면 외국에 우는 소리를 해야한다. 삼성, LG 등 대기업도 러시아 인증(GOST-R) 받으려고 애정과 시간을 쏟는다. 현지에 공장이 있어도 여전히 그렇다.

우리나라 시험인증산업 뿌리가 깊지 않다보니 큰 산업만 보고 그것을 뒤에서 좌지우지하는 인프라를 인식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가장 바람직한 시험인증기관 모델은 무엇인가.

▲세계에서 한국이 시험인증 연구기관 개수가 가장 많다. 업무영역은 비슷한데 이름만 다른 채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로 오래갈 수 없을 것이다. 또 완전히 민간기관으로 바꾸면 SGS 등 대형 외국계 기관과 경쟁을 해야 한다. 이 방향 역시 우리나라는 많이 늦었다. 운영은 공공기관으로 하되 1~3개 기관을 통합해 국민주 성격을 갖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조기성 원장 프로필

△1952년생

△학력

-한양대학교 화학공학과 졸업

-일본 쯔꾸바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석사 졸업

△주요경력

1979~1981 LG화학 재직

1981~1984 관세청 사무관

1984~1995 동력자원부 석유정책과, 에너지정책과, 에너지지도과

상공자원부 화학공업과 사무관

1995~1999 주 네덜란드 한국대사관 1등 서기관

1999~2000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준비기획단 과장

2000~2001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광전재료과, 정밀화학과장

2001~2005 산업자원부 자원기술과, 생물화학산업과, 산업환경과장

2005~2005.12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책국장

2005~2007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2007~2010 한국화학시험연구원장

2010~현재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장

2010~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화공과 명예교수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