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정부의 강력한 게임산업 규제와 달리 세계는 이미 국경 없는 인터넷 서비스 시대를 맞아 자율규제·탈규제 방향으로 선회하는 추세다. 나아가 급증하는 콘텐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글로벌 자율심의기구 구성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21세기를 전후해 미국은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두 가지 충격적 총기사고를 겪었다. 1999년 콜로라도주 콜럼바인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총기난사 사고와 2007년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수십 명의 인명살상 사고다.
이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살인 사건이었고, 교내 폭력이나 총기 소지 문제에 집중적 논의가 이뤄졌다. 또 가해자가 평소 게임을 즐겼다는 정황이 포착되면서 폭력적 영상이나 게임과 행동에 대한 연관성 및 연구 논의도 있었다.
그러나 사후대응이 게임규제나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게임도 책이나 영화와 마찬가지로 표현의 자유를 가지고 있다면서 캘리포니아에서 폭력적 게임판매에 벌금 등 제재조치를 내린 것에 위헌 판정을 내렸다.
1990년대부터 일본,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은 소비자 및 아동·교육 전문가가 참여한 자율심의기구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자율심의기구에는 사업자뿐만 아니라 소비자, 아동·교육 전문가들이 자원봉사 형식으로 다수 참여해 내용확인 및 감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독일 역시 총기사고 이후 밀러터리 게임 등 폭력적 게임에 전시 및 심의를 강화했지만, 게임 이용 시간이나 사업 규제로 이어지지 않았다.
세계 최대 온라인게임 시장을 보유한 중국 역시 자율규제를 시행 중이다. 부모의 관리감독과 게임사의 이용내역 고지 의무를 강화하며 대기업 인기게임에서 전체 업계로 확대 시행했다. 여기에 부처 간 혼선을 줄이기 위해 신문출판총서, 중앙문명사무실, 교육부, 공안부, 공업과 정보화부 등 8개 부서에서 공동으로 게임중독 방지대책을 발표하고 실명인증 업무를 시행했다.
황승흠 국민대 교수는 “G20 국가 중에 게임 심의를 정부가 직접 하는 나라는 한국과 호주, 싱가포르 정도”라며 “대부분 나라가 등급분류 등 규제를 민간에 맡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상대적으로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한국은 기업의 자율규제 기반이나 신뢰가 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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