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차 대전이 끝나자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막대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갖춘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19세기 영국의 식민 통치를 `팍스 브리태니카(Pax Britanica)`라고 부른 데서 연유됐다.
첨단 디지털 시대에는 새로운 지배자가 나타났다.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장악한 이른바 `TGIF(트위터·구글·아이폰·페이스북)`가 그 주인공이다. 지구촌 곳곳으로 파고 든 이들은 인류의 의식과 행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시카고대 윌하임 호프만 교수팀은 최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의 중독성이 술과 담배보다 강하다는 연구 결과까지 내놓았다.
`세상이 모두 구글화 된다`는 의미에서 `구글라제이션(Goolization)`이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구글은 G메일·유튜브·구글플러스 등의 개인 정보를 통합해 사생활 정보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빅브라더`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운 지배는 실체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의 구글화(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의 저자 시바 바이디야나단은 “구글이 진실을 작위적으로 결정하고, 인간의 지각능력도 떨어뜨리고 있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구글을 세상을 들여다보는 렌즈 같은 존재로 숭상한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이 연재 중인 `신 식민지 IT생태계` 시리즈는 우리나라가 이들 지배자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이 만들어준 편리한 스마트 세상이 과소평가됐다든지, 대안이 있느냐는 비판도 나왔다.
그래도 엄연한 사실은 우리나라가 점점 종속의 소용돌이로 빨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과 LG는 안드로이드폰에 이어 안드로이드 TV, 안드로이드 냉장고까지 개발하고 있다. `로열티 폭탄`이 터지지 않더라도, `모든 것의 구글화`로 구글은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독점할 것이다.
소비자들도 구글 검색창을 통해 편협한 세상을 파악하고, 구글 광고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팍스 아메리카나를 능가하는 `경제와 문화 수탈`은 이미 시작됐다. `시일야방성대곡`과 같은 만시지탄의 곡소리가 다시 나오기 전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
장지영 모바일정보기기팀장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