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일 `백화점식` 게임 규제를 또 내놓았다. `실행 2시간 뒤 강제 종료` `3개 부처 합동조사` `민간자금 출연 의무화` 등 초강경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 학교폭력의 정확한 원인 규명도 없이, 국민적 공분의 책임을 게임 산업에 돌리고 있다.
정부는 이날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거쳐 2개월여 준비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제시하면서 7개 실천정책 중 하나로 `게임·인터넷 중독 등 유해요인 대책`을 넣어 발표했다.
대책에는 게임 시작 후 2시간이 경과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되도록 쿨링 오프제(Cooling off)를 게임업계가 도입하도록 했다. 교육과학기술부와 여성가족부는 분기별로 게임물에 대한 합동조사를 실시해 발표하고, 그 결과를 게임물 심의에 반영하도록 했다. 정부는 게임업계가 청소년 게임중독 예방 프로그램을 확산하고 게임중독 치료 등 공적사업을 자율적으로 늘리되 이에 필요한 재원을 업계가 출연하도록 의무화하는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게임업계 사업권을 흔드는 조치일 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징벌적 성격까지 안고 있어 법리적인 논란이 불가피한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민간영역인 PC방에 경찰 합동단속을 강화한 것도 지나친 시장 침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는 청소년 PC방 이용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법령을 위반한 업주에 대한 벌칙을 강화하고, 경찰청은 강화된 기준에 따라 합동단속을 벌이기로 했다.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범정부 조치에 참여해 대책을 함께 짰으면서도 주도권은 사실상 교과부와 여성부에게 내준 꼴이 됐다. 학교폭력 대책 중에 고강도 게임규제책이 들어갔기 때문에 앞으로 독자적인 게임산업 진흥책을 내놓고, 실행에 옮기기도 우스운 상황이 됐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이날 합동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오는 3월부터 게임이용자 1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놓고 교과부·여성부와 정책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장관은 “지난해 게임기업들이 사회적 기여에 써왔던 100억원 규모를 늘리거나 의무화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최 장관은 10만명 이용자 조사가 교과부·여성부 합동조사와 병합 실시되는 것인지, 아니면 문화부 독자적으로 진행해 짜인 규제안을 완화하고, 진흥방안을 모색하는 것인지에는 즉답을 피했다.
이진호·김원석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