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특구발 벤처 `훈풍`은 부는데...

대덕연구개발특구(이하 대덕특구)가 꿈틀거리고 있다. 수년 만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클러스터인 대덕특구는 2000년 9월 대덕밸리 선포를 계기로 창업이 줄을 이었지만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창업 열기도 급속히 식어갔다. 그 많던 연구원 창업은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연구소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성적표는 시원찮다.

최근 한 가지 고무적인 현상은 대덕특구 내 대덕테크노밸리에 신생 벤처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규모 아파트형 공장이 들어서면서 이곳을 둥지삼아 창업한 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업력이 꽤 되는 중견 기업들도 사옥을 지어 속속 입성 중이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대덕특구를 포함한 대전지역 벤처기업 수가 1100여개로 추산된다. 업체 수로만 본다면 대덕특구 조성 후 최고치다.

대덕특구에 창업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지만, 지자체나 해당 지원기관 지원책은 미미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 간 친밀도를 높일 실질적인 네트워킹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모 중견 벤처 사장은 “대덕테크노밸리에 들어온 지 2년 넘었지만, 주변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정보를 얻기 힘들었다”며 “대전시나 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가 나서 실효성 있는 네트워킹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수를 정확하게 파악해 지원책을 만드는 것도 급선무다. 대덕특구 벤처 지원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대덕테크노밸리 내 기업만 700~80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다. 얼마전 대전테크노파크가 업체 현황 파악에 나서려 했으나, 조사 인력 부족으로 포기한 상태다. 기업은 늘고 있는데 정책 지원에서는 사실상 사각 지대로 방치돼 있는 셈이다.

대덕특구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대덕연구단지를 기반으로 한 과학기술과 벤처산업이다.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대덕특구에 기업간 협력을 유도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