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그룹이 대들보인 웅진코웨이를 매각하고 이 자금을 이용해 태양광사업에 `올인`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인 태양광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 등 소재분야 기술력을 믿고 글로벌 톱3 태양광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감한 베팅이다.
![웅진 태양광 집중 · · · 기술력 자신, 공격적 투자 타이밍](https://img.etnews.com/photonews/1202/242290_20120206195345_764_0001.jpg)
웅진그룹은 6일 대대적 사업구조를 개편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고 밝혔다. 특히 태양광사업에서 웅진에너지와 웅진폴리실리콘에 대한 투자 여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웅진그룹은 7일 매각 주간사 선정을 위한 제안 발표회를 진행하고 1~2일 내에 매각 주간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정희 웅진홀딩스 상무는 “태양광 사업 강화와 그룹 재무 건전성 확보를 위해 대규모 자금이 필요했고 이 일환으로 웅진코웨이 매각을 결정했다”며 “현금 흐름성과 이익률이 좋기 때문에 좋은 조건에 매각할 수 있는 여지가 큰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웅진그룹 태양광사업 집중 왜=웅진그룹이 투자를 전격 결정한 이유는 태양광사업 분야에서 웅진이 갖고 있는 기술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태양광 시장이 중국 업체를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웅진그룹 입장에서 태양광사업을 육성하려면 현재 규모보다 적어도 2~3배가량 사업을 확대해야 하고 이를 위한 자금 확보가 필요한 시점이다.
웅진에너지는 길이 2m 잉곳을 생산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잉곳 그로어를 국산으로 대체함으로써 설비 투자비 20%가량을 절감했다. 웨이퍼 부문 역시 차세대 기술인 `다이아몬드 와이어 쏘잉` 양산 기술이 완성 단계에 있다.
웅진폴리실리콘은 현재 연산 5000톤 규모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양산 중이다. 상반기 중 생산량을 7000톤으로 확대하고, 오는 2015년까지 4만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룹 재무 건전성·신용도 강화=웅진그룹은 이번 개편으로 극동건설을 안정적으로 육성하고 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도 극동건설 인수 등으로 늘어난 부채를 대폭 축소해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극동건설은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건설 경기 부진으로 2007년 웅진그룹이 인수한 이후 웅진그룹의 재무 건전성과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왔다. 하지만 극동건설은 지난해 전년 대비 약 두 배 증가한 1.7조원의 수주를 달성하는 등 사업성과가 호전되고 있다.
웅진그룹은 극동건설을 조기에 정상화하고 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의 차입금을 대폭 축소해 웅진그룹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인 평가를 일소할 계획이다.
◇웅진코웨이 누가 인수할까=웅진코웨이 인수 대상 후보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웅진코웨이는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1조2658억원에 영업이익 1797억원을 기록한 국내 부동의 1위 정수기 업체다. 알짜 매물이다. 업계에서는 LG전자와 삼성전자·하이얼 등을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큰 덩치를 감안할 때 사모펀드가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도 있다.
웅진그룹은 지난 3일 매각 주관사 선정을 위해 대형 외국계 투자은행(IB)에 입찰제안요청서(RFP:Request for Proposal)를 발송했다. RFP 마감은 7일까지다.
지난해 9월말 기준 웅진코웨이 최대주주는 웅진홀딩스와 웅진그룹 임원 및 관계자로 각각 28.37%(2187만9304), 2.67%(206만960주) 등 총 31.04%를 보유하고 있다.
6일 기준 웅진코웨이 시가총액은 3조772억원이다. 31%에 달하는 매물은 1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인수합병(M&A) 대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인수 가능 후보군으로는 정수기 사업에 관심을 보여 온 LG전자가 우선 눈길을 끈다. 하지만 LG전자는 지난해 투자자금 확보 등을 위해 1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 바 있다. 최근 경영실적까지 감안할 때 빅딜에 나설 만큼 자금 여력은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있는 삼성그룹은 그동안 정수기사업에 뛰어들지 않았다. 신규 사업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관측이지만 웅진코웨이 인수에 따른 득실관계 점검에는 나설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롯데 그룹은 하이마트 인수와 맞물려 있는 점이 변수다. 하이마트와 최대 정수기 업체 웅진코웨이를 함께 확보하는 것은 시너지가 있지만, 롯데는 그동안 직접 제조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아왔다는 점은 고려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다른 후보군으로 하이얼이나 해외 업체의 인수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 획기적으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으로 하이얼이 움직일 수 있다”며 “GE나 필립스는 웅진코웨이로부터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받아왔지만 내수 위주 사업을 하는 점에서 큰 매력을 갖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함봉균·배옥진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