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방시대 R&D허브를 꿈꾼다] KAIST 멀티미디어 VLSI 연구실

3D영화 `아바타`는 가상의 3차원 그림을 실사에 가깝게 나타내는 그래픽스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허공에서 손짓으로 컴퓨터를 조작하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는 조만간 도래할 비전 기술과 스스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볼 수 있다.

김이섭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가운데)와 연구진들이 비전칩 신호 전송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이섭 KAIST 전자전산학과 교수(가운데)와 연구진들이 비전칩 신호 전송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최근 컴퓨터에 숫자로 존재하는 가상의 정보를 시각 정보로 만들거나, 반대로 시각 정보를 컴퓨터 정보로 변환시키는 비주얼 컴퓨팅이 주목받고 있다. 인텔이나 구글을 비롯한 세계 유수 기업들이 너도나도 비주얼 컴퓨팅 분야에 연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멀티미디어 VLSI 연구실(지도교수 김이섭)이 비주얼 컴퓨팅 분야 기초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이 연구실은 3D 그래픽스와 컴퓨터 비전을 융합시키는 알고리즘과 하드웨어 구조 연구를 기반으로 고성능 병렬 연산 프로세서를 설계하고 있다. 프로세서와 외부 장치 간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메모리 인터페이스 회로 및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회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비주얼 컴퓨팅은 카메라를 통해 얻어낸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분석하거나 3차원 그림을 그려내는 작업을 1초에 수십 번 반복해서 처리하는 작업이다. 단위 시간 내에 처리해야 할 데이터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프로세서의 고성능화가 필수다.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와 같은 모바일 환경에서는 배터리 용량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저전력으로 동작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를 멀티미디어 VLSI 연구실이 해결하고 있다. 기존의 3D 그래픽스나 컴퓨터 비전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하드웨어 구현에 효율적인 미디어 프로세서 구조를 찾고 있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하나의 공통된 통합 플랫폼 상에서 구현하겠다는 것이 목표다.

이 통합 플랫폼에서는 미디어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병렬연산 코어 설계가 기본이다. 병렬 연산으로 효율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부분은 특화된 전용 하드웨어 가속기를 만들고 있다.

외부 메모리와의 고속 데이터 송수신을 위한 메모리 인터페이스 회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세서에서 처리된 미디어 데이터를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기에 영사할 수 있도록, HDMI(고화질 멀티미디어 인터페이스)나 디스플레이 포트와 같은 고품질·고성능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회로 분야로 연구 영역을 확장했다.

이 덕분에 연구실은 지난 2009년 우수 중견 연구자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 도약연구사업에 선정됐다.

연구실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3차원 IC 스태킹(3D IC)과 관련한 연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까지 설계된 반도체 칩은 보드 상에서 서로 연결했지만, 3D IC에서는 설계된 칩을 블록처럼 쌓고 TSV(실리콘 관통전극)라 불리는 수없이 많은 미세한 금속 기둥을 통해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통신한다.

이를 위해선 3D IC 환경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가 필요하다.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늘어난 대역폭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구조 탐색과 칩을 적층하면서 발생하는 열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연구실은 이 기술을 개발해 지난해 하이닉스에 기술이전했다.

P3디지카(DigiCar)센터의 지원으로 능동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을 지원하는 차량용 비전 가속 프로세서도 개발했다.

산학협력도 활발하다. 삼성전자와는 GPU 설계와 메모리 인터페이스와 관련해 10여 년간 협력해 왔다. 실리콘웍스와는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 설계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3D IC 환경에서 발생하는 열 측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이닉스 반도체와 협의 중이다.

이 연구실 출신들은 삼성전자, LG전자, 하이닉스, 실리콘웍스 등 국내기업 뿐 아니라 퀄컴, 엔비디아, 시놉시스, 멘터 그래픽스 등 해외 유수 기업에 진출해 핵심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팹리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박창일 아이앤씨테크놀로지 사장은 이 연구실이 배출한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김종훈 연구교수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패드 사용자가 급증하고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보편화되고 있다”며 “비주얼 컴퓨팅 플랫폼은 미래형 자동차 기반 기술이나 메디컬 이미징, 증강현실을 이용한 차세대 게임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