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새설계-공공기관이 함께 뛴다]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과학창의재단은 다른 기관과 차별화된 사명을 갖고 있습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과학기술을 문화적 가치로 공유시키고 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로 키워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지요.”

강혜련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이 소개하는 올해 역점사업은 모두 `창의인재`로 귀결된다.

미래사회를 주도할 과학기술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상상력과 융합, 창의적 사고를 하는 인재를 키워내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단언했다. 이를 위한 교육 변화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올해 재단은 혁신사업을 대거 준비했다. 디지털 시대 특성을 반영해 과학문화사업 콘텐츠와 참여 방식을 혁신하고, 융합 커리큘럼과 스토리텔링 방식을 접목해 학생들이 수학, 과학을 즐겁고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업만으로 원하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다. 학교 안이라는 제한된 테두리에 갇혀서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다양한 학교 밖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기부의 중요성이 부각된다고 강 이사장은 강조했다.

-과학문화 행사 중심에는 항상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있다. 올해도 기대가 적지 않다. 추진될 주요 행사 의미와 내용을 간추린다면.

▲시대 변화에 따라 사업 방법은 계속 변화한다. 재단도 예외는 아니다. 다만 일반 대중이 과학 문화를 쉽고 친근하게 접하게 하자는 근본 철학은 지난 45년간 변함이 없다.

재단은 대한민국 과학창의축전, 가족과학축제, 크리스마스 과학콘서트 등 과학을 `축제`로 경험하는 행사를 매년 개최해 왔다. 참가자들은 이런 행사에서 과학을 즐기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 같은 행사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다.

특히 올해는 행사에 소통과 공유를 강조하려 한다. 아이디어 공모 단계부터 다양한 계층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모두를 위한 과학`을 구현하겠다.

취약 계층과 도서·산간 등 지역을 대상으로 생활과학교실을 연간 800여개 운영하고 우수과학도서를 보급하는 등 지역별, 계층별 과학문화 격차 해소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학부모들의 관심사는 창의교육과 인성교육이다. 이를 위해 재단에서 준비한 사업이 있는가.

▲그렇다. 우리 사회와 교육계에 회자되는 주요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창의`와 `인성`이다. 창의·인성교육은 쉬운 말로 표현하면 학생들의 적성과 소질을 키워주고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경쟁력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창의적 사람이 많을수록,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국가 경쟁력은 한 차원 높아진다.

창의·인성교육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사 역할 변화가 중요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 수준을 넘을 수 없다`는 말도 있다. 재단은 지난 2010년부터 교사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교원연수와 현장포럼에는 교사 5000여명이 참석했다. 아직 초기단계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교사들의 넘치는 열정과 학생들의 열렬한 호응이 창의·인성교육사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했음을 대변한다.

올해는 지금까지 축적된 우수사례를 바탕으로 창의·인성교육의 양적 확대와 질적 성장에 주력할 것이다. 창의·인성교육 모델학교 수를 196개로 늘리고, 창의인성교과연구회도 2000개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최근 추진되는 창의적 체험활동도 창의·인성교육 연장선으로 보여진다. 교과와 연계된다는데 구체적 내용이 궁금하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창의·인성교육의 대표적 방법론이다. 쉽게 말하면 창의적 체험활동은 학교 교육을 교실 안으로 한정짓지 않고 학교 밖으로 확대해 살아있는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지원하는 창의적 체험활동 중 서울시립미술관 `미술관 데이트`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미술관을 관람하기 전에 학생들이 작가의 삶과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먼저 살펴보고, 해설에 따라 작품을 감상한 후 마지막에는 찰흙으로 자신만의 미술 작품을 만드는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교실 안에서 경험할 수 없는 창의적 내용들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또 작품 속에 스며든 미술가의 삶과 철학을 시대적 상황과 연계함으로써 인성 함양 기회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의 창의적 체험활동에는 학교 밖 다양한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나 기업 연계가 있어야 한다. 재단은 양질의 콘텐츠 확보와 전국 단위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대표적 교육이 `스팀교육`이다. 올해 추진할 스팀교육의 방향과 계획은.

▲지난해를 뜨겁게 달궜던 혁신의 대가 스티브 잡스나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일궈낸 성공 키워드는 `융합`이다. 이들은 인문학, 공학, 예술 등을 융합하는 마인드로 글로벌 변화를 선도했다.

재단이 교육과학기술부와 함께 추진하는 스팀교육은 말 그대로 융합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적 접근법이다. 현장에서 스팀(STEAM)교육으로 불리는데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예술(Arts), 수학(Mathematics)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전자기타 만들기` 수업이 진행된다. 이 수업은 과학, 기술, 음악 시간을 모두 연계하고 있다. 과학 시간에 소리와 파동을 배운 학생이 기술 교육을 바탕으로 전자기타를 만들고, 이를 활용해 직접 음악을 만들어 연주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과학수업에서 소리와 파동 개념을 학생들이 재미를 느끼며 배우기는 쉽지 않지만, 직접 만들고 연주하면서 배운다면 학습효과는 달라진다. 학생들의 적극적 수업 참여 태도와 수업후기를 읽어보면 정말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작년이 스팀교육 씨를 뿌린 시기였다면 올해는 심어진 씨앗에 햇빛과 물을 주는 시기다. 연구시범학교를 올해는 `스팀리더스쿨`이라는 이름으로 80개교를 지원해 우수사례로 보급할 예정이다. 또 교사연구회도 150개로 확대 운영하고, 스팀교육 전문교원 1만명도 양성할 계획이다. 스팀교육은 실생활 문제해결력을 강조하기 때문에 청소로봇이나 스마트폰 등 첨단제품 속에 숨어있는 과학기술 원리를 학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올 상반기 개발할 예정이다.

-융합인재교육 차원에서 수학교육도 많이 변하고 있다고 들었다. 재단에서 추진하는 수학교육 관련 사업도 있나.

▲중요한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는 수학은 배우기 어렵고, 실생활과 연계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또 많은 학생이 수학을 멀리하고 포기하기도 한다.

수학은 계산을 빨리 하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수학문제 해결을 통해 인과관계와 논리를 체득하고, 이를 현실 사고과정에 적용함으로써 삶의 곳곳에서 부딪치는 의사결정 과정에 도움을 준다.

내년에 정식 적용될 예정인 새로운 초등 수학교과서는 과학, 기술 등 인접 과목뿐만 아니라 국어·사회·예체능까지 연계한 융합교육, 스토리텔링 방식 교육방법론 등을 도입했다. 한마디로 수학교육 본연의 목적을 달성토록 만들어질 것이다. 이 교과서가 정착되면 수학이 쉽게 이해하고 재미있게 배우는 교과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재임기간 중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재단 역사가 40년이 넘었고 그간 시대 요구를 반영해 규모와 기능도 확대됐다. 재단이 전통과 혁신의 조화를 통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려면 하드웨어적 역량과 소프트파워를 동시에 갖춰야 한다. 재임기간 중 이 부문에 주력하려 한다.

과학문화 대중화는 전통적 사업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외부 민간단체가 대거 참여해 이제 성숙기에 도달한 느낌이다. 이제는 기존 사업방식에 획기적 변화가 절실하다. 그뿐만 아니라 3년 전부터 창의·인성, 융합인재 교육사업을 새롭게 시작했다. 이를 학교 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커리큘럼 개발과 학습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미션은 개별 사업 수행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이를 `과학창의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개념적 틀을 정립해 실행할 계획이다. 과학 대중화와 창의·인성교육사업 모두에서 혁신적 콘텐츠 개발과 참여자의 경험방식 다각화를 시도하고 싶다. 아울러 재단 내외에 생성되는 콘텐츠와 체험학습이 유통되는 플랫폼 구축도 구상 중이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강헤련 이사장 프로필

△1957년생

△학력사항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경영학 석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 산업심리학 박사

△주요경력

-2011년~현재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2010년~현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사

-2008년~현재 교육과학기술부 고등교육분야 정책자문위원

-1995년~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10~2011년 교육과학기술부 자체평가위원회 위원장

-2008~2010년 한국정보화진흥원 이사

-2006~2008년 이화여자대학교 기획처장

-2004~2006년 이화여자대학교 경력개발센터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