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까지 마쳤는데 연봉 2000만원 이하 계약직입니다. 남자로선 이 직업으로 생활하기 힘듭니다. 고용이 불안하고 처우가 낮다 보니 인력 이동도 심합니다.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을 기대하긴 무리죠.”(A대학 공동실험실습관 관계자)
“정규직 연구장비 운영인력이 최소 5명은 있어야 하는데 저 혼자입니다. 행정·회계·기자재관리까지 맡아 하고 있습니다. 연구장비 운영할 틈도 없이 잡일에 시간이 다 갑니다.”(B대학 공동실험실습관 관계자)
국립대 공동실험실습관(이하 공실관) 연구장비 엔지니어 고용상황과 처우가 매우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신분이 불안한 계약직으로 박봉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엔지니어 수도 크게 부족해 해당 분야 전문성을 키울 수 없다. 당연히 고가 연구장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
전자신문이 전국 26개 국립대 공실관 연구장비 엔지니어 현황을 조사한 결과 각 대학 공실관 연구장비 엔지니어 1명당 평균 11.4점의 연구장비를 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00만원 이하 장비를 포함하면 엔지니어 한 명이 담당하는 연구장비는 14점으로 늘어난다.
연구장비 엔지니어 1인당 관리 가능 적정 연구장비가 3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인력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장비를 관리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장비 활용도 저하와 관리 부실로 인한 고장도 잦다.
한 공실관 엔지니어는 “솔직히 말해 기능을 제대로 아는 장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비도 있다”며 “연구장비 인력이 부족해 전문지식이 부족한 대학원생이 대충 관리하는 경우도 많고 연구장비가 고장나면 그대로 방치하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연구장비 엔지니어 고용상태도 열악해 전체 26개 공실관 연구장비 엔지니어 중 66%에 해당하는 131명이 비정규직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인 만큼 처우도 낮다. 대부분 1년마다 계약을 갱신해 고용불안과 박봉에 지친 엔지니어 이직이 잦다.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업무 연속성을 담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대학 공동실험실습관 한 관계자는 “장비 기능을 다 이해하기도 전에 계약이 끝나 사람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며 “기껏 교육한 사람을 제대로 써먹지도 못하고 새로 사람을 뽑아 또 교육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비단 공실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실관은 하나의 사례일 뿐 대학과 출연연 전반의 공통된 문제란 지적이다.
유경만 국가연구시설장비진흥센터장은 “연구장비 엔지니어에 대한 낮은 인식은 특정 기관만의 얘기가 아니다”며 “외국에선 연구장비 엔지니어를 전문직으로 인정하고 이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는 반면에 우리나라는 임시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5억원 이상 장비는 엔지니어 한 명이 달라붙어 장비를 운영·관리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어림도 없다”며 “연구장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선 엔지니어에 대한 고용보장 및 처우 개선과 더불어 신규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계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표]국립대 공동실험실습관 인력 및 장비 현황(단위: 점, 명)
*자료: 각 대학 취합
◆공동실험실습관=고가 첨단 분석기기 활용 극대화와 각 대학 내 고가장비 중복구매 방지 및 효율적인 관리 운용을 위해 설립된 기관으로 현재 전국 26개 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연구장비 엔지니어=연구장비에 대한 전문적 지식 및 기술을 갖추고 있으며, 연구자를 위해 장비 조작 및 운영, 관리 업무를 수행하거나, 유지보수개조 등의 업무를 전담 수행하는 인력을 말한다. 고가에 기술적으로 복잡한 장비를 운용하는 만큼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한 전문 영역으로 꼽힌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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