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학 공동실험실습관에 설치한 연구 장비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다. 관리 운영인력이 부족한 데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인력마저 열악한 처우로 이직이 잦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 때문에 연구 장비 활용도가 떨어지고 관리도 소홀하다. 이런 사정은 국립대 뿐만 아니라 정부 출연연구소까지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정부 예산으로 마련한 고가 장비를 썩힌다니 문제다. 예산 낭비뿐만 아니라 교육과 연구개발 부실도 걱정스럽다. 빨리 개선해야 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인건비를 포함해 연구 장비 운영비용을 예산에 많이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 장비 효율성을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많이 쓰는 것이다. 병원 의료장비처럼 쓸 때마다 대가를 받는 게 아니어서 많이 써서 교육과 연구 성과를 극대화하는 게 투자수익률(ROI)을 높이는 길이다. 또 관리가 엉망이 돼 기한보다 오래 쓰지 못하는 것은 큰 손해다. 따라서 장비 도입 비용에 최소한 필요한 운영인력 비용을 포함해야 한다.
마침 정부는 연구 장비 구매 제도를 혁신할 방침이다. 지식경제부는 출연연·대학·기업 등이 직접 구입한 연구 장비 도입 체계를 올해부터 통합구매방식으로 바꾼다. 정부는 30여년만의 연구 장비 구매 체계 혁신을 통해 중복·과잉 투자를 막고, 예산 절감을 기대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운영인력 문제가 더 심각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운영인력 예산은 지금도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전체 투자가 줄어들면 더 삭감될 여지가 많다. 구매 혁신 방안에 운영 인력을 명확히 정의하고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구매 혁신을 통해 절감한 예산 일부를 운영 인력 예산에 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래야 예산 낭비도 막고,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