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사회과부도를 즐겨 본 기억이 난다. 구구단 외우기도 벅찬 나이였지만 고등학생 누나의 사회과부도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탐독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지도와 각종 지표, 간단한 역사까지 담은 사회과부도는 여느 동화책보다 더 큰 흥미를 줬다. 돌이켜보니 사회과부도의 가장 큰 재미는 일목요연함이라는 생각이 든다. 굳이 글 전체를 읽지 않아도 방대한 사진과 그래프, 표는 내용을 말해준다.
![[북스 클로즈업] 세계경제권력지도](https://img.etnews.com/photonews/1202/243651_20120209095807_382_0001.jpg)
신간 `세계경제권력지도`를 보면서 사회과부도가 오버랩됐다. `지도로 포착한 부의 대이동`이란 부제를 단 이 책은 현재 세계 경제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준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통시적(通時的) 관점과 국경을 넘는 공시적(共時的) 관점으로 변화를 읽어낸다.
한 두 장이 멀다하고 나오는 표와 그래프는 경제서적의 수준을 뛰어넘는 시각적 효과로 눈을 사로잡는다. 다양한 이슈와 분석 능력도 돋보이지만 시각적 효과야말로 이 책이 가진 가치를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일등공신이다.
거시적인 경제 현상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차곡차곡 설명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방식도 효과적이다. 그리스 재정위기를 설명하면서 시간을 거슬러 이집트의 피라미드, 4세기 델로스 섬의 아폴론 신전 건설 등 역사 속 디폴트의 순간을 되짚어 본다.
현상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읽을 수 있도록 주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다. `이란 원유 수입 금지` 이슈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이슬람의 종파 갈등까지 폭넓게 살핀다. `아랍의 봄`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진국들의 석유패권 쟁탈전을 엿보기도 한다.
이 책은 경제 권력의 이동으로 대표되는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 상황을 다각도로 그렸다. 1장 `Crisis 태양이 저물다`와 2장 `Opportunity 누가 왕좌를 차지할 것인가`에서는 선진국 추락과 신흥국 부상이라는 세계 경제 질서의 재편상황을 진단했다.
3장 `Crash 대립각을 세우는 세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논란이 될 핵심 이슈들을 정리했다. 유럽 위기의 근원이 된 재정 논쟁, 고조되는 복지 논쟁, 더욱 치열해지는 환율 전쟁, 다시 고개 드는 보호주의,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 속에 수면 위로 떠오른 경제영토 전쟁 등이 뼈대다.
4장 `Reconstruction 글로벌 지배구조의 새판 짜기`에서는 경제 질서의 재편이 가져온 글로벌 지배구조의 변화 상황을 다뤘다. 선진국 지배구조의 상징인 G7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G20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이 중심이다.
마지막으로 5장 `Strategy 경제 권력의 중심에 설 것인가, 변방에 설 것인가`에서는 한국의 발전 방향을 모색했다. 경제 권력 다변화 시대에 한국이 나아갈 길과 성공 해법을 찾는 대목이다. 앞서 진단한 모든 내용을 바탕으로 내린 제언이다.
송길호 외 3인 공저. 어바웃어북 펴냄. 2만2000원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