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컬처]침팬지, 남의 생각 읽는다

사고하는 능력은 사람과 동물을 가르는 가장 결정적 기준이다. 다른 사람 생각을 읽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것, 이것은 오랜 시간 인간의 고유 능력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런 능력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게 됐다. 침팬지들이 다른 침팬지가 과제 수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도구가 무엇인지 알고 적합한 도구를 선택하도록 돕는 등 타자의 생각을 이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타자의 의도를 이해하고 전망을 공유하는 이른바 `마음이론(theory of mind)`은 사람에게만 적용된다는 것이 학계의 오랜 정설이었다. 인간이 이타적이고 친사회적 태도로 사회 발전을 위해 협력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일본 교토대학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침팬지에서도 인간과 같은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침팬지 5마리에게 막대기와 빨대, 호스, 사슬, 밧줄, 솔 등 7가지 도구를 제시했다. 침팬지들은 다른 침팬지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과제에 매달려 애쓰는 것을 보고 과제 해결에 필요한 도구를 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한 가지 과제는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는 주스 병을 꺼내는 것으로 막대기가 필요했고, 다른 과제는 구멍을 통해 주스를 마실 수 있는 빨대가 필요했다. 실험에 동원된 침팬지들은 모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은 모자관계였고 이들은 번갈아 도움을 주거나 받는 위치에 놓였다.

실험 결과 주스 꺼내기 과제에서 도움 제공자가 막대기나 빨대를 제공한 경우가 80~100%에 달했다. 침팬지들이 상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침팬지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직접적인 이익이 돌아오지 않아도 남을 도우며 이들의 도움은 상대의 필요에 부응한 것”이라며 “이는 침팬지가 타자의 목적을 이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실험에서 도움을 주는 침팬지는 계속 돕기만 했고 수혜자가 모든 주스를 독차지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험이 끝난 뒤에도 도움을 준 쪽과 받은 쪽이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됐다.

제공: 한국과학창의재단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