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국지엠은 GM대우 시절의 윈스톰을 일부 개량해 `쉐보레 캡티바`로 출시했다. 그런데 엔진은 2.2 디젤과 2.4 가솔린뿐이다. 시장의 대세가 엄연히 2.0 디젤인데, 후속계획이 없는지 아쉬웠다. 브랜드도 바뀌고 차명도 바뀌었으니 2.0이 주력이었던 윈스톰과는 선을 긋고 새 출발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리얼SUV`라는 수식어도 그래서 등장했다. 하지만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2.0모델의 추가 출시는 시간문제로 보였다.
![[펀앤펀]`리얼` 아니라도 괜찮아! 쉐보레 캡티바 2.0 디젤](https://img.etnews.com/photonews/1202/243433_20120209131016_418_0004.jpg)
그리고 결국 최근 캡티바 2.0 디젤이 출시됐다. 2.2모델 대비 엔진 배기량을 0.2리터 낮췄을 뿐 아니라 4륜구동 시스템의 선택권도 배제해 보급형 모델 성격이 짙다. 고급형에 해당하는 LT 트림의 가격은 2826만원. 비싸다는 지적을 받았던 2.2 디젤 모델과 비교해 크게 낮아진 느낌은 아니지만, 경쟁모델인 싼타페와 비교하면 적어도 100만원 안팎 저렴해 경쟁력 있다는 것이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리얼SUV`임을 주장하는 차가 4륜구동 모델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운 점이다.
163마력의 엔진 최고출력은 캡티바 2.2보다, 그리고 싼타페 2.0보다 21마력 낮지만, 40.8㎏·m로 유지된 최대토크는 수치놀음일지언정 동급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2.2 모델을 타보고 감탄했던 정숙성도 그대로 유지됐다. 추월 가속 때 엔진이 갈라지는 소리를 내 거슬리긴 하지만 평상 주행 시의 소음 차단은 놀라운 수준이다. 이 부분만큼은 윈스톰과 차원이 다르다. 엔진 자체가 바뀌기도 했지만 차를 뜯어보면 상당한 양의 방음대책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이러한 정숙성은 체감 성능을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는데, 기대에 못 미쳤던 2.2와 비교하면 차라리 적당한 성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6단 자동변속기의 이질감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수동모드의 조작이 레버 위치로 인해 어색한 것은 아쉽다. 레버 옆의 `ECO` 버튼을 누르면 능동적으로 연료를 절약하는 `에코드라이빙`기능이 작동한다. 공인연비는 14.1㎞/L이다. 짧은 시승이라 그런지 실측 연비는 9.7㎞/L에 그쳤다. 2.2의 공인연비도 13.9㎞/L로 큰 차이는 없다.
2.2와 같은 동급 최대 사이즈의 19인치 휠, 타이어를 끼웠지만 승차감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광고만큼은 아니더라도 덩치와 무게를 생각하면 핸들링도 좋은 편이다.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을 고수했는데 운전대와 바퀴가 따로 노는 듯한 격리감이나 불안함 없이 적당한 힘으로 의도한 방향을 잡을 수 있다.
다만, 윈스톰 시절의 모양 그대로인 운전대가 아쉽다. 캡티바로 넘어오면서 새롭게 바뀐 실내 디자인의 효과마저 반감시킨다.
운전대에서 에어컨의 풍량이나 풍향을 조절할 수 있게 한 것은 재미있다. 컵 홀더 아래로 숨겨진 수납공간은 올란도, 말리부의 `시크릿 큐브`와 통하는 부분이다. 작은 버튼으로 작동시키는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적용하면서 남게 된 여유 공간을 쓸모 있게 활용했다. 경사로 밀림 방지 기능과 내리막 속도 유지 기능도 편리하다. 곳곳에 배치된 유용한 수납공간과 필요에 따라 간편하게 접어 쓸 수 있게 만든 7인승 3열 의자는 SUV, 혹은 가족용 차로서의 만족도를 높인다. 다만, 뒤로 갈수록 윈스톰 오너들이 신선하게 느낄 부분이 적은 것은 안팎이 마찬가지이다.
1년여 만에 시장에 돌아온 2.0 디젤 엔진의 캡티바를 통해 한국지엠은 SUV시장에서의 본격적인 게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야 캡티바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된 고객들이 그 매력을 미처 발견하기도 전에 경쟁사의 최신모델에 관심을 빼앗기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민병권기자 bkmin@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