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3>개주소(槪注所, 개념주입소)와 지유소(知油所, 지식 주입소)

주유소(注油所)는 날로 넘쳐나지만 개주소(槪注所, 개념 주입소)나 지유소(知油所, 지식 주입소)는 날이 갈수록 개점휴업 상태거나 아예 문을 닫는 추세다. `개주소`는 개가 사는 동네가 아니라 개념 없는 사람들에게 개념을 주기적으로 주입하는 장소다.

“지역마다 적당량의 개념을 주입해 주는 개주소(개념주입소)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 개념이 없는 인간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면 자동으로 하드가 절명해 버리는 장치도 개발되었으면 좋겠다. 프로그래머들이 넷좀(인터넷 좀벌레-악플러)들의 접근을 차단시키거나 박멸해 버리는 살충제도 개발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외수의 `생존법:하악하악`에 나오는 말이다.

주유(注油)하지 않으면 차가 갈 수 없듯이, 개념이나 지식을 주기적으로 습득하지 않으면 사람은 개념 없이 살아간다. 개념 없이 살아간다는 이야기는 생각 없이 살아간다는 의미다. 생각은 자신이 습득한 개념으로 하기 때문이다. 개념 없는 사람이 상식 없는 사람이다. 개념 없는 사람에게는 개념을 쳐야 한다. 보이지 않는 개념이지만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게 만드는 개념을 개발하기 위해 나는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가?

독서는 개념을 개발하는 가장 파워풀한 방법이다. 다양한 개념을 갖고 있는지 여부는 그 사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알아보는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 있다. 상상력이 없다고 불평하지 말고 창의력이 어렵다고 하소연하지 말고 다양한 책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읽어봐라.

내가 보유하고 있는 개념의 다양성이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다양성을 지배한다. 남다르게 사고하려면 남다른 개념을 습득해야 한다. 사고의 역사, 사상의 흐름은 주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개념을 창조한 철학자가 주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은 남다른 개념을 창조하면서 남다른 사고를 할 수 있었고, 결국 다른 사람의 사고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보자. 나는 지금도 여전히 예전의 개념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당신은 개념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