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일 한국경제연구원장(55)은 13일 “앞으로 우리 사회의 중요 이슈에 대한 거대 담론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 후 최 원장은 이날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앞으로 연구원을 이끌어 갈 그 만의 철학과 운영 계획을 밝혔다.

최 원장은 `전경련 유관기관`이라는 표현을 붙이지 말아달라며 말을 꺼냈다. 그는 “어떤 연구 결과라도 소위 진영주의자들로부터 오해받을 수 있다”면서 “시장경제전문 연구기관으로서 수준 높은 연구결과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재계의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 듯 했다.
민간 경제연구소와의 차별화도 선언했다. 최 원장은 “박사급 연구원이 1년에 150페이지 보고서는 쓰지 말자고 했다. 보고서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고 타이밍과 이슈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최근 발표한 김정일 사망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같은 것이다.
분기별 경제동향도 다른 연구소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발표할 계획이다. 또 올해는 총선과 대선 등이 예정돼 있는 만큼 다양한 공약이 한국경제에 미치는 효과와 경제적 충격 등에 대한 검증 작업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세미나, 보도자료, 기자회견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한 소통도 준비할 생각이다. KERI 포럼을 매월 개최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공감대 조성도 해보기로 했다. 윤여준 전 장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 등을 연사로 초청한다.
최 원장은 최근 신규 사업 추진을 위해 기획조정실을 신설하는 등 기획기능을 대폭 강화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예산도 작년 83억원에서 110억원으로 늘리고, 신규 연구원 충원에 나섰다.
최 원장은 “사회와 국민이 궁금해 하는 것에 대한 답과 담론 제시가 연구원의 역할”이라며 “정부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민간에는 한국경제연구원(KERI)으로 대변되던 기존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