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전망

민자석탄화력 러시… 기회인가 자충수인가

“2012년은 전력산업의 가장 큰 분수령이 될 것이다.”

올해 전력산업을 전망하는 금융권 애널리스트들의 의견이다. 지난해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원전 비판여론과 9·15 순환정전 이후 전력공급 확대와 절전 분위기, 그리고 다가올 총선과 대선까지 지금 전력산업은 많은 이슈에 흔들리는 혼돈 상태다. 올해 말 밑그림이 그려질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대한 전망은 어느 때보다 어렵다. 수요 급증과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원전과 석탄화력 발전시설을 대거 확충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는가 하면 공급위주에서 수요관리와 효율화를 강조하는 에너지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정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국내 주요 그룹사들은 6차 수급계획을 정면 조준하고 석탄화력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6년까지 발전·송전·배전을 아우르는 국가 전력설비 건설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영남지역의 한 변전소에서 한전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26년까지 발전·송전·배전을 아우르는 국가 전력설비 건설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영남지역의 한 변전소에서 한전 직원들이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민자석탄화력 진출, 너도나도=전력거래소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의향서 제출기관이 10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미 진출 의사를 밝힌곳만 해도 동양그룹·포스코에너지·SK건설·삼성물산·MPC율촌 등 다수다.

포스코에너지·동양그룹은 강원 삼척에 각각 4000㎿와 2000㎿급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강원 강릉에 2000㎿급을, SK건설은 경남 삼천포에 1000㎿급 화력발전 설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MPC율촌은 전남 해남에 4000㎿ 발전단지 조성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기저발전으로 불리는 원자력과 석탄화력을 운영하는 곳은 공기업인 한국전력 자회사 뿐이었다는 점에서 민간기업의 석탄화력 진출은 시장 재편의 의미가 있다. 민간 기업이 기저발전에 뛰어드는 이유는 건설만하면 확실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해석에서다.

LNG보다 연료비가 저렴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흑자구조를 갖출 수 있고 원자력 다음으로 발전순위가 높아 지속적인 수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다. 건설 계열사를 가지고 있는 그룹사는 석탄화력시장 진출을 통해 최근 건설경기 불황을 극복한다는 측면도 있다.

진출 시기는 어느 때보다 좋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기저발전 쌍두마차 중 하나인 원전이 계속 공격을 받고 있고 9·15 순환정전으로 전력공급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들은 국내 전력수급 상황에 비춰볼 때 당분간 공급력이 부족한 만큼 심각한 문제점이 없는 한 6차 전력수급계획 확정설비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탄화력 시장 생각보다 작아, 과열경쟁 우려=전력업계 관계자들은 6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한 민간기업의 기대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시장의 전망과 달리 신규 설비, 특히 화력발전 설비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6차 계획에 배정된 석탄화력 할당량이 조기 소진돼 건설 프로젝트가 일종의 후보군인 불확실성 대응설비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5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국내 전력설비 부족 상황은 2014년까지다. 2013년 설비 예비율이 3.7%로 최저점을 찍고 2014년 이후부터 6.6%로 상승 반전한 후 2016년에는 10.1%로 최고점을 찍을 전망이다. 2017년 이후 설비 예비율이 다시 떨어지기 시작하지만 수요관리와 요금 현실화 등으로 메워나가는 게 정부의 그림이다. 특히 9·15 순환정전 이후 제기된 단기 수급상 공급력 부족 문제도 총 7000㎿ 불확실성 대응 설비를 확정설비로 전환, 긴급 수혈하면서 급한 불은 끈 상황이다.

국내 전력 공급능력은 1000㎿급 발전설비들이 준공을 마치는 2014년과 2016년 사이 여유를 찾고, 2016년 이후부터는 매년 원전이 지어지면서 안정세에 접어든다. 전력업계는 국가 정책상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부문의 에너지믹스를 다시 손보지 않는 한 신규 화력발전 설비를 위한 공간은 없을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발전원별 에너지믹스를 설계하는 2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은 내년께 발표될 예정이어서 6차 전력수급계획은 기존 1차 기본계획에 근거해 만들어질 전망이다.

많은 기업이 석탄화력발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지만 6차 계획에 이들을 다수 배치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 공기업인 발전회사들과는 달리 민간기업은 경영상황과 협력사와의 계약관계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사업 자체가 철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에서는 시장교란 요인을 최소화하는 측면에서라도 석탄화력 부문에서 민간과 공기업의 비율을 일정선까지는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틈새시장은 있다. 노후설비 성능개선과 정기점검으로 인한 유휴설비 발생은 민간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올 겨울 모든 발전소들이 풀가동에 들어가면서 발전회사들은 정기점검 일정 조율을 놓고 걱정하고 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여름에만 설비를 대기하고 나머지 계절에 순번대로 정비를 했지만, 최근에는 겨울에도 전력피크가 발생하면서 정비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줄었다. 민간 기업들은 전체 전력공급력 설비로 따지면 신규진입 공간이 작을 수 있지만, 2년에 한 번꼴로 진행하는 정기점검을 감안하면 시장은 충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고효율·지역민심 확보해야=민자석탄화력이 6차 전력수급계획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경쟁기업은 물론이고 터줏대감인 발전회사보다 눈에 띄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친환경·고효율 설비다.

기존 5차 전력수급계획이 2016년 이후부터 원전과 신재생에너지 위주로 구성된 이유는 다름 아닌 온실가스 감축 때문이다. 친환경·고효율 설비는 이 전제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이미 모든 기업들이 최신 탈황·탈질설비와 저탄장 지중화, 석탄회 재활용 등을 외치며 친환경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운영 신뢰성은 발전회사과 협력을 통해 확보하고 있으며 몇몇 그룹사는 자원개발 계열사 지원으로 안정적인 연료조달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역민심은 경쟁사를 따돌릴 수 있는 확실한 차별요소다. 발전소·송전탑 등 그동안 전력설비를 계획대로 반영하는 데 최대 난관은 지역사회 반대였다. 지난 5차 전력수급계획에도 아직 지역주민 동의를 얻지 못해 착공 못한 발전소들이 있다. 이들 발전소는 오는 4월까지 지역 동의를 얻지 못하면 재차 평가에 들어간다. 지자체는 물론이고 지역주민의 확실한 동의를 확보하고 있다면 6차 계획에 포함될 가능성은 높다.

지식경제부는 6차 전력수급계획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최형기 지경부 전력산업과장은 “아직 방향이 잡히지 않은 초기단계로 언급하기에 이른 감이 있다”며 “민자석탄화력 진출에 대해서도 유불리를 논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연도별 전력수급 전망

자료:제5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목표 수치는 수요관리와 요금현실화 등을 통한 달성 가능 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