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ESCO 경쟁력이 없다]<상>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린다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은 에너지 저소비형 경제·사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중 하나로 지난 1992년 등장했다. 이전까지 정부 주도 에너지절약운동에서 민간의 창의와 참여를 바탕으로, 민간에 의한 에너지절약 확산을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개발됐다.

삼성에버랜드가 ESCO사업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진단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삼성에버랜드가 ESCO사업을 위해 산업 현장에서 에너지 진단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20년이 지난 지금 ESCO의 실태는 연간 2000억원 내외의 정부 정책자금 지원에 목매는 `우는 아이`로 전락했다. 정부 정책자금 금리 1%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매년 책정되는 자금 규모가 곧 한 해 시장규모로 결정되는 기이한 산업구조가 형성됐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ESCO들의 제1목표는 정부 정책자금 확보가 됐다. 자체 기술력과 경쟁력 확보는 뒷전으로 한 채 수행하기 쉬운 조명교체 등 아이템으로 자금을 선점하기 위한 영업 경쟁만 일삼고 있다.

에너지절약과 온실가스감축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역할이 커지고 있는 ESCO. 전자신문 그린데일리는 우리나라 ESCO산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우리 공장은 엔지니어 20명이 경비절감을 위해 수 십 년째 공정개선을 수행하고 있는데, ESCO에서 무슨 뾰쪽한 수로 에너지절감 방안을 강구할 수 있겠습니까.”

한 중견 ESCO 관계자가 에너지절약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시멘트 공장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 받으며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ESCO 관계자는 “ESCO는 금속·섬유·요업·제지·식품·석유화학 등 업종별 전문성을 확보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 수 년 간 ESCO사업을 수행했지만 실적 올리기에만 급급해 단순설비교체 사업에 치중하다보니 전문성을 키우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절약 산업 발전을 위해 ESCO가 각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에너지절약시설에 투자할 때 기술적인 위험부담 해소와 절약시설에 대한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ESCO 역량과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몇 개 ESCO를 제외하고는 전문 에너지절약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건물조명이나 아파트 보일러 등 단순설비교체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ESCO 산업 통계에 따르면 2011년 말 기준으로 등록된 ESCO는 236개이고, 그 중 지난해 사업실적을 보유하고 있는 곳은 30%인 74개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단순설비교체가 아닌 석유화학·시멘트 등 산업공정에 대한 이해도와 플랜트 엔지니어링 기술이 요구되는 `공정개선` 사업을 이행한 ESCO는 13개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 5년 평균을 내보면 169개 ESCO 중 44개 업체만 사업실적을 올렸으며, 공정개선 사업은 7개 업체만 수행했다. 또한 지난 1993년부터 2011년까지 19년간 총 ESCO사업 수행건수는 3482건이지만 공정개선은 10% 수준인 351건이다. ESCO사업이 대부분 형광등·에어컨·보일러 교체였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기술력 부족과 함께 지적되는 문제점은 ESCO가 사업 시행 후 에너지절감 성과를 보증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10년까지 에너지사용자가 투자비를 마련하고 ESCO가 에너지절감 성과를 보증하는 `성과보증방식` 사업실적이 33건에 그치고 있다는 사실이 입증한다.

국내 ESCO사업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성과배분방식`은 ESCO가 절약시설 투자재원을 조달하고 투자시설에서 발생하는 절감액을 나눠 투자비와 이윤을 상환하는 프로세스로 운영된다.

ESCO가 자체자금이나 제3자로부터 차입해서 투자재원을 조달해야 하므로 대부분 이자가 3% 이하인 정부 정책자금에 의존한다. 이자가 7%인 민간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곧 ESCO의 수익 하락을 뜻한다. ESCO들은 아예 민간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한다는 것을 논외로 여기고 있다.

성과배분방식은 기간을 정해 ESCO와 에너지사용자가 계약을 맺고 매년 일정금액을 갚아나가면 되기 때문에 에너지절감 성과를 보증하거나 유지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기술력도 없고 에너지절감 성과를 보증할 능력도 없이 `감(정책자금)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ESCO의 설 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ESCO사업=에너지절약시설 투자비를 에너지절감액으로 회수하는 사업이다. 보통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10년 이내에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투자비를 회수한 후 에너지절감액은 에너지사용자의 수익으로 돌아온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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