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사들이 적용 중인 패킷분석솔루션 `딥패킷인스펙션(DPI)`이 여전히 전량 외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트래픽 폭증 시대를 맞아 갈수록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통신사들이 자사 망관리를 위해 통신용 DPI 솔루션을 적극 도입 중이다.
KT는 2월 해외업체 DPI 솔루션 400세트를 구매할 계획을 세웠다. SKT와 LG유플러스 역시 외산 솔루션을 따로 구축했거나 장비 구매 시 DPI 솔루션이 딸린 글로벌 업체의 장비를 구하고 있다.
DPI는 쉽게 말해 패킷의 종류와 출처 그리고 흐름을 분석하는 기술로 최근 유·무선 트래픽이 급증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조율할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서비스 등으로 데이터가 복잡해지며 IP 등 기본적인 정보로만 트래픽의 성격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통 패킷을 라우터에서 분석, 조절해 서버에 대규모 부하가 몰리지 않게 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서비스 종류와 패킷 성격에 따라 우선순위를 지정할 수도 있어 퀄리티오브서비스(QoS)에 필수기술로 평가받는다.
문제는 통신사들이 국산을 도입하고 싶어도 솔루션이 없다는 데 있다. 국내 네트워크 업체 중 비교적 핵심기술을 가진 것으로 파악되는 삼성전자나 LG에릭슨마저도 해외 DPI 플랫폼을 빌려와 커스터마이징하는 형편이다.
일부 중소업체에서 관련 솔루션을 개발 중이지만 기술 난이도가 높고 투자금액이 커 실제 상용화까지는 장애물이 많다. 지난해 정부과제로 한 차례 국산 DPI 기술 개발을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으나 시장성 미비 등을 이유로 최종 단계에서 탈락했다.
모바일 솔루션 업체 임원은 “국내 업체가 DPI 개발을 한다고 해도 100% 완벽한 솔루션을 만들기에는 어렵다"며 “완성해도 시장성을 가지기 힘들기 때문에 다들 적극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자체 DPI 솔루션을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업체 사장은 “대기업이 하기에는 시장성이 작고 중소기업이 하기에는 투자규모가 크고 기술 난이도도 높다”며 “국내 업체가 개발한다면 내수가 아닌 해외시장을 노려야 하는데 기존 사업자들의 솔루션과 비교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트래픽 증가율이 세계 최고인데 반해 제어기술의 외산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DPI처럼 많은 개인정보가 담긴 패킷을 분석하는 시스템 전량을 해외 업체에 기대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이봉규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외산 플랫폼에 종속되면 결국 국내 서비스에 맞춤한 제어 솔루션을 가지기 힘들고, 이는 곧 통신사 경쟁력 저하와 연결되는 부분”이라며 “시장성이 적어 민간기업 주도의 개발이 힘들다면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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