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팹리스기업, 뚜껑 열어보니 지난해 장사 잘했네..

지난해 국내 반도체설계전문(팹리스) 회사들이 불황에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두를 달렸던 전통강자들이 부진한 가운데에서도, 재기에 성공한 기업들이 속속 나타난데다가 새로운 스타기업들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수년동안 고전하면서도 준비해왔던 사업 결실이 하반기에 본격화된 것도 한몫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실리콘웍스·실리콘마이터스·실리콘화일·피델릭스·아나패스·이엠엘에스아이 등은 사상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코아로직 등 한동안 고전했던 팹리스도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했다.

상반기만 해도 대표 팹리스 부진으로 근래 최악의 결과를 낳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아나패스·티엘아이·아이앤씨테크놀로지·넥스트칩 등 대표 팹리스들이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반기 뒷힘을 발휘하면서 3000억원대 실리콘웍스, 1000억원 안팎 실리콘마이터스·아나패스 등이 탄생했다. 이엠엘에스아이, 피델릭스, 실리콘화일, 텔레칩스 등은 700~800억원대 매출을 달성했다.

◇LCD 불황, 고객제품 다변화로 넘었다=팹리스 선두 위치는 LCD용 반도체 전문업체들이다. 실리콘웍스, 실리콘마이터스, 아나패스 모두 LCD용 반도체 전문기업이다.

실리콘웍스는 아이패드2 부품 공급이 실적 상승 원동력이었다. 한대근 실리콘웍스 사장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분야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갈 것”이라며 “부침을 겪었던 팹리스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LCD용 전력관리칩을 주로 공급해온 실리콘마이터스는 고객과 영역 다변화에 모두 성공했다. 통상 2분기부터 매출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올해는 2분기까지 고전을 면치 못했다가 3, 4분기 연속 매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반전드라마를 그렸다.

실리콘마이터스는 모바일과 OLED용 PMIC로, 아나패스는 OLED 티콘과 촉각디스플레이용 칩으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저가형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컨슈머 시장서 자리잡았다=피처폰과 달리 스마트폰에서 국내 팹리스 입지는 급격히 축소됐다. 고가라도 통합칩 위주로 채택되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글로벌기업들이 절대 강세다. 매출 2000억원을 내다보던 코아로직·엠텍비젼이 2008년부터 급격히 힘을 잃은 이유다.

하지만 중국 등 저가 스마트폰·스마트패드 시장과 컨슈머시장을 노려 성과를 거둔 회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텔레칩스는 중국 스마트패드 시장을 공략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출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700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피델릭스는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 매출이 늘어난 데다 노어플래시 매출도 발생한 것이 주효했다. 3분기에는 295억원 매출을 올렸고 2011년 연간 8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엠엘에스아이도 중국에서 큰 성공을 거둬 지난해 800억원대 매출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코아로직은 컨슈머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블랙박스, 내비게이션용 등 멀티미디어반도체로 2분기부터 전년대비 두 배넘는 성장을 거뒀다.

FCI도 지상파DMB칩과 하이패스 모듈 사업이 안정을 찾아 지난해 흑자 전환했다. 매출도 600억원 가량을 거뒀다. 엘디티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OLED시장 확대 덕에 3분기부터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실리콘화일은 하이닉스가 지분을 인수한 후 공동 개발체제가 안정화된데다 모바일용 제품 판매가 늘어 사상최대 실적인 778억원 매출을 올렸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