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협상(協商)

협상(協商)은 어떤 목적에 부합하는 결정을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하는 과정을 말한다.

협상은 양자 간에 진행되기도 하고 둘이상 다수가 모여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벌이는 때도 있다. 협상에서는 논리적 근거가 뒷받침될 때 힘을 얻는다. 물론 감성에 소구해야 할 때도 있다.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해서, 원하는 지위에 오르기 위해서도 협상은 필요하다. 집을 계약할 때도, 연봉을 확정하는 데도 협상이 진행된다. 자유무역협정(FTA)같은 국가적으로 큰 사안도 협상의 산물이다.

최근 삼성전자와 KT가 충돌했다. 삼성 스마트TV 접속차단까지 갔던 문제는 일단 봉합됐지만 근본적 해법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두 회사가 부딪히는 과정에서 KT와 삼성전자의 협상에 대한 접근이 전혀 달랐다.

KT는 총공세로 삼성이 협상 터전으로 나와야 한다는 압박을 가했다. 트래픽 댓가를 삼성으로부터 받아내느냐 여부는 후순위였다. `링` 위로 상대방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 목표다. 협상을 시작하는 것 자체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삼성전자는 철저한 회피 전략이었다. 양자 간 협의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논리 공방은 5대 5로 바뀐다. 양측의 주장은 동등한 대접을 받으면서 옳고 그름을 가리게 되는 것이 불편했다.

삼성은 KT와 개별 협상을 원하지 않았다. 협상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많은 것을 잃는 일로 판단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사태 승자는 삼성처럼 보인다. 스마트TV 접속차단이 해제됐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 여론도 삼성에 유리하게 흘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KT는 일단 스마트TV의 과도한 트래픽 유발 건을 공개 이슈화 하는 데 성공했다. 논의를 회피하던 삼성전자를 협상장에 등판시킨 것만으로도 KT 역시 어느 정도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협상은 특정 사안을 논의하는 과정이다. 협상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내용이다. 하지만 협상의 장이 열리느냐 여부가 이번처럼 큰 의미를 갖는 일도 있다.

가전유통팀장·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