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조원 넘게 빠져나간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시장이 유럽 재정위기 완화조짐을 보이면서 2000선을 넘자 불안한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다. 최근 추가 상승 여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투자자의 환매를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16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조3000억원이 펀드에서 순유출 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순유출 규모가 1조원에 다다른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펀드에서 14일 781억원이 순유출됐다.
이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날마다 자금이 빠져나가 월간 순유출 규모는 1조원에 육박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자금 유출은 최근 유동성장세가 추가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견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지수를 2000선까지 올린 힘은 유럽의 장기대출(LTRO) 프로그램에서 비롯됐다”며 “투자자들은 외국인 자금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기 이전인 9조5000억원까지 유입됐다는 점에서 추가로 유동성이 공급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센터장은 “외국인이 이끄는 유동성 장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추가 상승을 이끌기 위해서는 경기 모멘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선 1분기 실적의 윤곽이 나오는 4월에나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지환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외국인 사고 개인이 파는 매매공방이 12월말이후 지속되면서 어느 정도 유동성장세는 마무리됐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을 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하반기 경기 모멘텀을 재료로 주가가 상승할 수 있어 지수 목표는 2310으로 제시했다.
펀드 환매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김 센터장은 “펀드는 직접투자가 아닌 간접투자 상품이라는 점에서 단기간 수익이나 손실에 일희일비하면 투자를 그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환매가 과거 개인투자자의 실패를 반복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함정운 한국투신운용 상무는 “2009년에도 개인투자자들은 상승추세였던 주가방향과는 반대로 약 10조원 자금 환매가 이뤄졌다”며 “상승장의 변곡점과 본질적 변화를 간파하지 못한 오류 때문에 일찍 환매한 투자자들은 50% 가량 상승한 장에 참여하지 못한 실패 기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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