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NO, 탈출구를 찾아라](1)겉도는 정책,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이동통신 시장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강 체제`로 사실상 고착화됐다. `5대3대2`라는 점유율조차도 거의 변화가 없다. 사실상 고여 있는 물인 셈이다. 고인 물은 변화가 없으면 썩기 마련이다. 경쟁을 촉진해 시장을 자극하고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고자 추진했던 제4 이통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 이제 남은 유일한 대안은 `가상 이동통신망(MVNO)`사업 뿐이다. 그러나 MVNO는 서비스 출범 6개월을 넘겼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활성화를 위한 세부 해법을 5회에 걸쳐 살펴본다.

MVNO 사업이 좀처럼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시장은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7월 한국케이블텔레콤(KCT)이 서비스를 시작해 6개월을 훌쩍 넘겼지만 1차 성적표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방통위에 등록된 사업자는 대략 20여개. 아이즈비전이 선불서비스를 위주로, 나머지 업체 대부분은 후불서비스가 주력이다.

지난 6개월 동안 확보한 가입자는 3사를 통틀어 40만명 수준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SK텔레콤 이용자가 5만5449명, KT 이용자가 31만4048명, LG유플러스가 3만3188명이라고 집계했다.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5438만명에 비춰볼 때 MVNO 가입자는 1%인 50만명도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상황으로 예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초기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는 실패한 셈이다.

한국MVNO협회 측은 “새로운 통신서비스는 처음 이미지가 중요한 데 아직도 시장에서는 MVNO서비스가 인지도는 커녕 어떤 서비스인지조차 불분명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가 4월까지 종합 활성화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업계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패배감이 짙게 깔려 있다. 통신요금을 낮추고 시장에 자극을 주기 위해 의욕적으로 추진한 MVNO서비스, 이대로 그냥 주저앉을지 불안감만 오히려 높아졌다. MVNO사업은 신기루에 불과했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서비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제 총론이 아니라 각론 위주 실행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명확한 정책 목표가 수립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단계적인 가입자 확보 계획이 나와야 이에 맞는 실행 전략이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윤식 KCT 대표는 “막연하게 활성화해야 한다는 당위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법적 보호와 육성 정책을 기반으로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고 실제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실행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MVNO협회는 이와 관련해 최근 `MVNO 활성화를 위한 공동 건의서`를 정식으로 방통위에 제출한 상황이다. 건의서에서는 MVNO가입자 비중이 전체 이동전화시장에서 15% 정도는 확보해야 자생 기반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통신망 사업자(MNO) 도움도 절대적이다. 기존 사업자는 MVNO를 경쟁 서비스로 인식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MVNO는 날로 높아가는 통신요금 인하 요구에 완충재 역할을 하는 등 보완재 서비스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미처 통신사업자가 확보하지 못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전체 가입자 확보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윤두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최근 선불 이동전화 보고서에서 “MVNO 정책 자율성이 필요하다”며 “선불 이동전화는 MVNO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는 추세를 감안해 MVNO가 차별화된 서비스 전략을 모색할 수 있도록 명확한 MNO-MVNO 간 협력 기준 마련, 객관적이고 상시적인 의견 조정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활성화 최대 걸림돌인 단말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외산 단말기 수입 관련 규제 완화, 합리적인 도매 제공 대가 산정 문제, 국제 로밍과 부가서비스 체제 개선 등 세부 실행계획에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MVNO사업자 현황(후불서비스 기준)

MVNO 가입자 현황(2011년 12월 말 기준)

[MVNO, 탈출구를 찾아라](1)겉도는 정책,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MVNO, 탈출구를 찾아라](1)겉도는 정책,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