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정치와 직업

정치 시즌이 달아올랐다.

새누리당이 972명, 민주통합당이 713명의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 신청을 마감하면서 예비후보자들은 공천이냐, 낙천이냐 생사 갈림길에 섰다.

물론 공천에서 떨어졌다가 무소속으로 나와 당선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 길은 가시밭길이다. 당 공천과 선거운동, 주민들의 지지를 차례로 밟아 국회에 입성하는 엘리트코스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표를 얻기 위해선 양잿물도 마다 않던 이들이 당선만 되면 죄다 `뒷간 다녀온 사람`들로 바뀌는 이유는 뭘까. 중요한 한 원인이 그 정치인이 정치를 하기 전에 가졌던 직업과 무관하지 않다.

이번 총선 예비후보자 중 자신이 제출한 이력 기준으로 가장 많이 적어낸 직업은 공무원이다. 여야가 전·현 정부의 공과를 놓고 정면 승부를 펼치는 구도로 치러지다 보니 이런 양상은 꽤 일찍부터 결정된 사실이다. 그 다음으로 법조인과 학계(교수) 순이다. 이들은 누가 뭐래도 우리나라에서 정치인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3대 직업군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 직업들이 평상시에 국민들로부터 `추앙`은 고사하고 존경이나 신뢰를 받는 직업군이냐는 것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공무원을 여전히 `국민들 위에 군림하는 결정권자`로 여긴다. 법원, 검찰이나 변호사 같은 법조인들의 조직도 사회적 공신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교수들 역시 자기들 학문적 이권이나 영달을 위해 높디높은 `교권`의 탑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지않다. 물론 이들 안에도 보석처럼 `법과 양심, 지성에 따라 일하는`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들의 존재까지 부정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직업은 그 사람을 담는 그릇이자, 자신 속 모습을 국민에게 투영하는 거울이다.

이번 총선에도 스포츠 스타, 유명 정치인 2세, 방송인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이 참여한다. 여야 전략공천으로는 구두닦이 아저씨, 배달부, 부동산 업자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더 이상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6·7선 선수로 자신 인생 전체를 치장하는 그런 정치인은 무대에 오르지 않기를 국민은 바라고 있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