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RPS 되려면

예고대로 올해 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RPS)가 시행에 들어갔다. RPS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에 총 발전량 중 일정량 이상을 신재생에너지로 발전한 전력을 의무 공급하게 하는 제도다. 간단히 이야기 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제도다.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을 위해 시행해 온 발전차액지원제도(FIT)에 폐해가 있다는 판단에 새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 하지만 RPS는 시행하기 전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시행 첫 해인 올 들어서도 성공적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는 곳은 별로 없어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산을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이해 당사자인 발전사들은 갑갑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 6사와 민간 발전사업자들은 마음만 바쁘다. 몇 년 전 RPS 시행이 예고됨에 따라 조력발전을 비롯한 태양광·풍력·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원 발굴에 나섰지만 조력발전이나 일부 풍력발전은 환경영향평가 문제와 환경단체·주민 반대 등으로 진전이 없다. 그나마 손쉽게 할 수 있다는 태양광발전은 투자비용에 비해 발전량이 나오지 않아 할당량 외에는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다. 발등에 불은 떨어졌지만 딱 떨어지는 해결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한수원만 해도 `원자력은 청정에너지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수준의 대우를 해줘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원자력=핵폐기물`이라는 정서 때문에 원자력 발전 용량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한수원이 공급해야 할 절반가량을 나머지 한전 발전자회사들이 분담하기로 했지만 부담가기는 마찬가지다.

RPS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 신재생에너지 업계도 반응은 차갑다. 정부는 RPS를 시행하면 신재생에너지 보급률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게 되고 국내 신재생에너지 산업도 더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 예상대로라면 RPS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는 특수가 일어나야 한다. 2008년 발전차액 지원 비율이 축소될 때만 해도 태양광발전 설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독일도 태양광발전 보조금 축소 계획이 알려지면서 수요가 늘어난 것에 비하면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유럽발 재정위기와 유럽 수요 침체 영향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많은 신재생에너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었다. RPS 특수가 생각만큼 일어나지 않자 업계에선 FIT 부활을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는 지난달 성공적인 RPS 정착을 위해 에너지관리공단에 RPS 통합운영센터를 개설했다. 통합운영센터는 RPS 대상 설비 확인과 등록,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신청·발급 관리 등을 맡는다. 지난해 말에는 에너지관리공단과 한전·전력거래소·발전사 관계자들과 함께 성공적인 RPS 시행을 위한 협약식도 가졌다.

오는 28일에는 RPS의 또 다른 핵심기능을 할 REC 현물시장이 개설된다. 발전사들이 부족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채우는데 필요한 REC를 구입할 수 있다. REC거래는 본격적인 RPS 체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다. 첫 거래가 태양광 분야이지만 물량 자체가 적은 데다 거래 가격을 확인하기 위한 눈치작전 때문에 거래량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그동안 발전사들이 RPS 대응을 열심히 하고 있고 보완책도 있기 때문에 성공적인 정착을 할 것으로 예상해 왔다. 발전사들도 RPS 이행 가능성을 낙관적으로 발표한바 없지 않다. RPS는 의무 공급자인 발전사가 부담스러워하고 수혜자인 산업계는 환영하지 않는 제도다.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지금이라도 실행 가능한 수치를 놓고 모두가 공감하는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