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만의 體認知]<29>변방과 변화: 변화는 변방에서 일어난다!

한 사회의 획을 긋는 혁명적인 `변화`는 중심에서 일어나기보다 `변방`에서 일어난다. 중심부는 변화보다 동화(同化)가 목적이다. 중심부는 자기 생각에 주변부 사람의 생각이 동조(同調)하기를 강권하는 데 중점을 둔다. 중심부의 생각은 그래서 보자기형 사고라기보다 가방형 사고에 가깝다. 보자기는 변화무쌍함을 인정하고 수용하지만, 가방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화·표준화시켜 자기 방식에 무조건 따를 것을 요구한다.

중심부는 자기만의 평가 기준이 정해져 있어 거기에 맞추지 않으면 실패자이자 낙오자로 낙인찍힌다. 하지만 변방은 어떤 변화도 자유롭게 추구할 수 있어 정해진 틀에 끼워 맞출 필요 없이 자기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얼마든지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의 문이 열려 있다.

기업경영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대기업은 경영 각 부문별로 시스템화 된 프로세스나 제도적 틀이 있어서 색다른 도전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다단계 결제를 받거나 표준화된 프로세스나 기존의 평가기준에 따라 회의와 심사를 거쳐야 한다. 야생의 색다른 아이디어가 이런 프로세스나 다단계 의사결정 단계를 거치면서 독창성을 잃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밋밋한 아이디어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우리가 아는 모든 것은 틀렸다`는 책을 쓴 스웨덴의 미래 학자이자 매그너스 린드비스트는 가장 흥미로운 사업 아이디어들은 이따금씩은 기존 대기업에서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절대다수는 사회 주변부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나 괴짜, 도시화에 물들지 않은 촌놈에게서 주류 또는 중심부에 있는 사람의 생각을 넘어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것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신영복 교수는 16살 전까지 당시 반가 자제들이 익히는 과거준비, 교조적 성리학에 무지했던 연암 박지원이 결국 역사상 최고 사상가, 문필가가 된 원동력은 바로 중심부 문체에 물들지 않고 변방에서 자기만의 독창적인 문체를 개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