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매년 슈퍼컴퓨터 육성에 약 1조8000억원(12억유로)을 투자한다. 유럽집행위원회(유로피안커미션)는 투자 강화를 통해 2020년까지 슈퍼컴 공급과 활용 리더십을 확보하겠다고 20일 밝혔다. 현재 수립 중인 국내 슈퍼컴 육성법 기본계획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EU의 이 분야 기존 투자는 매년 6억유로 수준이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투자액을 두 배로 늘리면서 국가별로 흩어져 있는 슈퍼컴 인프라와 기술 자원을 EU 중심으로 거버넌스화하는 것이다. 서비스를 위한 독립 기술과 시스템을 개발해 발전시키는 것도 EU가 추구하는 목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HW)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SW), 인력양성 등에 다각적 투자가 이뤄진다.
EU는 슈퍼컴 제조사를 위한 기술 플랫폼을 만들고 애플리케이션과 SW 연구개발(R&D), 서비스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성한다. 슈퍼컴 생태계(에코시스템)를 구성하고 테스트베드 구축,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 세계 수준 슈퍼컴 인프라와 서비스를 생화학, 의학, 제조업 등 각 산업계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유럽 경제 불황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투자확대 결정이 내려진 것은 슈퍼컴 시장 대부분을 미국이 독식한 데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현재 유럽에 도입돼 있는 슈퍼컴 기술 95%는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유럽 업체는 점유율은 4.3%에 그치며, 그나마 영국과 프랑스, 독일에 편중돼 있다.
유럽집행위원회는 “슈퍼컴은 알츠하이머와 같은 질병 연구, 기상예측, 재난예방, 제품 서비스 혁신 등 광범위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독립적이고 세계 수준 기술과 시스템, 서비스를 확보하는 게 궁극적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유럽 슈퍼컴 육성 계획을 현재 진행 중인 `슈퍼컴 육성법 시행 5개년 기본계획` 수립 사업에 참조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럽 슈퍼컴 계획 수립에 참여했던 시장조사업체 IDC 주요 인력들이 사전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한 슈퍼컴 업체 관계자는 “국내 공공분야 슈퍼컴 투자는 기상청 등 주요 기관을 포함해도 1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될 정도로 열악하며 인력 양성 시설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번 EU 발표가 국내 슈퍼컴 예산 증액과 생태계 조성에 필요한 자극제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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