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5층. 한 직원이 업무를 위해 급하게 뛰어 나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자리 위에 위치한 조명이 자동으로 꺼졌다. 이 직원이 외부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자신의 자리 위치에 해당하는 조명을 소등했기 때문이다. 직원이 직접 소등하지 않아도 센서가 몇 분 뒤면 자동으로 작동해 조명을 끄도록 돼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그린빌딩연구실은 지난해 민간기업과 손잡고 개별조명제어시스템을 개발, 연구원 5층에 시범적으로 적용했다.
시스템을 적용한 첫 달에는 직원들의 부적응으로 약 30%의 절감률을 기록했지만 시스템이 안착하면서 절감률은 50% 수준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 소비량에서 건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 전체 건물에너지사용량에서 조명·콘센트용 전력이 약 34%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물에너지 절감 부문에서 일정부분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개별 조명제어시스템은 수백 개에 달하는 조명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구역 내 조명을 직접 관리 할 수 있도록 PC나 스마트폰과 연동해 조명을 제어할 수 있다. 또 건물 청소 시간인 이른 새벽에는 본인이 청소할 구역만 설정해 조명을 사용해 불필요한 조명 전력 낭비를 막을 수 있다.
건물·업무·지리적 특성 등을 고려해 다양하게 조명을 제어할 수 있어 세밀한 에너지절약이 가능하다.
개별 조명제어시스템은 LED 등 고효율조명기기와 결합하면 더욱 강력한 위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ED조명을 개별 조명제어시스템과 연계하면 80~90% 달하는 조명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
이태원 건설기술연구원 그린빌딩연구실 박사는 “필요한 시간과 장소를 고려해 조명을 사용하면 에너지절약이 가능하지만 사용자가 세밀하게 신경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불필요한 조명 사용을 최소화 하면서도 사용자의 불편함을 없애는 것이 개별 조명제어시스템을 만들게 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 박사는 “개별 조명제어시스템은 평이한 기술일 뿐만 아니라 신축 건물에 도입하면 투자비 또한 크지 않다”며 “건물의 특성에 맞게 조명 제어를 디자인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225개 조명기구를 개별 조명제어시스템과 연계하는데 1800만원을 투자했다. 연간 약 217만원의 전기요금을 절감하는 것으로 나타나 투자비 회수기간은 약 8년가량으로 추산된다. LED만 설치할 때에 비해 투자비 회수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또 신축 건물에 적용하면 시공비를 30% 가량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
조명에너지 절감률
자료:건설기술연구원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