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무역흑자 통계가 2배 가까이 부풀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통계에 대한 신뢰성 추락은 물론 잘못된 수치를 근거로 한 낙관적 경제 전망에 논란이 예상된다. 하지만 수출입 통계를 발표하는 정부부처들은 단순 착오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20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수출액은 477억달러, 수입액은 454억달러로 무역흑자 23억달러를 기록했다. 지식경제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속보치보다 실제 무역흑자 폭이 17억달러나 줄었다.
지난달 1일 지경부는 12월 수출입 동향에서 수출액이 월간 사상 최대인 497억달러, 무역흑자 4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지경부는 월간 수출액 기록 경신을 대대적 성과로 홍보했다.
결국 관세청이 이번에 확인한 확정치보다 수출액이 19억달러 이상 줄었다. 수출 증가율도 속보치 12.5%보다 낮은 8.2%로 떨어졌다.
관세청 관계자는 “수출입 동향 속보치는 업체들의 신고액 기준으로 발표하고, 이후 보름간 조정을 거쳐 15일께 확정치를 발표한다”며 “이번에 한 업체의 잘못된 보고를 바로잡으면서 수출 실적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중견 철강업체로 알려진 업체 실수로 원화(10억원) 수출이 달러(10억달러)로 잘못 신고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 통화 등 각종 국가정책의 중요한 결정요인 중 하나인 수출입 통계를 작성하는 데 별다른 실시간 검증시스템이 없다는 점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칫 국가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고 신인도 하락, 국가 통계 불신 등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확정치 발표 시점도 논란이다.
지경부 추정치 발표와 관세청 확정치 발표가 보통 15일 정도의 간격을 두고 발표하는데 비해 이번 확정치는 한달이나 늦게 확인됐다.
관세청은 “연말연시라 확인작업이 늦어졌다”며 “현재 수정치 확인이 늦어진 정확한 이유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지경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 “수출입통계는 관세청에서 관할하고 있으며, 이번 수치 오류가 무역 1조달러 달성이나 전반적인 무역수지 흑자 구조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소속 박주선 의원(민주통합당)은 “작년 12월 무역통계는 한EU FTA 발효 6개월간 경제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시점으로, 이번 수출입 통계오류는 한EU FTA 발효 이후 무역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한 통계조작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