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역에서 차로 1시간 반 남쪽으로 내려가면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이 눈에 들어온다. 곧이어 해변가를 따라 둥근 탑 모양의 고리원전 1~4호기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건설된 신고리 1, 2호기는 해변을 따라 더 돌아 들어가면 볼 수 있다. 또 신고리 1, 2호기 뒤에는 신고리 3, 4호기 건설이 한창이다.
3호기는 원자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강철심을 심은 1m 두께 콘크리트로 지어진 원자로 외벽은 완성됐다. 작업자 수십명이 분주히 움직이며 원자로 내부의 증기발생기 외 냉각기, 수소제거장치 등을 설치 중이다.
“밖에서 원자로 입구를 보면 마름모꼴 모양의 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쉽게 말해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호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현장 안내자의 설명이다.
원자로 외벽은 항공기가 충돌해도 견딜 수 있는 강도다. 반면에 작업을 위해 만든 출입구는 상대적으로 취약해 별도의 방호문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한층 강화된 국내 원전 안전성 강화작업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국내 원전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지난 1년간 정부의 46개 권고사항을 가동원전뿐 아니라 건설원전까지 자발적으로 확대 적용 중이다. 개선대책은 지난해 모두 착수해 2012년 22건을 완료했다. 나머지는 2015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5년간 약 1조1000억원 예산이 투입된다.
정영익 고리원자력본부장은 “슈퍼급 재난에 대비한 전방위 위기관리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안전기술본부를 신설, 운영 중”이라며 “외국과 공조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교훈을 반영한 추가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우선 초대형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을 제정했다. 매뉴얼은 미사일공격, 테러, 슈퍼태풍, 강진 등 초대형 재난 발생 시 대응절차와 제반 조치사항을 규정했다.
정 본부장은 “초속 65m급 슈퍼 태풍이나 강진 발생 시 원전을 안전하게 정지시키는 절차를 비롯해 정부, 지자체의 협조체계를 갖췄다”며 “주민 대피와 의료시설 보강 내용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진 발생 시 원전 자동정지설비의 설치다. 일정 규모(0.18g) 이상의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가 자동 정지되도록 설비를 개선했다. 고리 4, 영광 2, 월성 4, 울진 2, 4, 5호기 설치가 완료됐다. 나머지 원전은 내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는 고리원전 해안방벽도 타 원전 부지높이 수준(10m)으로 증축 중이다.
원전 인근주민 보호와 지원체계도 강화됐다. 주민 보호용 방호약품(갑상선 요오드)은 오는 10월까지 50만명분까지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고리 1, 2호기에는 내진 방수문이 설치된다. 원전이 물에 완전히 잠기더라도 내부가 침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차단할 수 있다. 방수문은 올해 말까지 설치되며 기타 원전은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설치된다.
고리원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업은 고리본부 통합 스위치야드 신축공사다.
김준수 한수원 전무는 “해일과 태풍에 의한 전력공급설비 침수방지를 위해 부지 내 가장 높은 위치에 고리 1~4호기 원전 스위치야드를 통합 중”이라며 “다양한 선로를 통한 송수전 가능으로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작업은 내년 5월 마무리된다.
기장(부산)=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