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희소금속, 이제는 소재화다

소재화 기술 없으면 광물 확보도 소용없다

희소금속이라는 단어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2차전지·디스플레이·그린카 등 핵심산업분야에서 희소금속 수요가 증가하면서 희소금속 확보가 국가적인 어젠다로 등장했다. 희소금속의 일종인 희토류는 최근 자원분야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슈로 부상했고 세계 곳곳에 잠자고 있던 희토류 광산은 생산 재개를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삼성SDI 직원들이 소형 2차전지를 살펴보고 있다.
삼성SDI 직원들이 소형 2차전지를 살펴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동안 남미·중국에서 굵직한 계약을 터뜨리는 등 희소금속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전문가들은 희소금속 확보와 함께 이제는 이를 가공해 제품화할 수 있는 소재화 기술 확보에도 전략 투자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원개발부터 소재화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하지 못한다면 해외자원개발에 들이는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 점차 현실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재화 기술 없으면 광물 확보 공염불=고려아연은 연간 10톤의 갈륨을 생산하고 있다. 갈륨은 LED 전구체 원료다. 국내에서 생산한 갈륨은 LED 강국인 우리나라에서 소비될 것 같지만 전량 수출된다. 갈륨을 전구체로 소재화할 수 있는 기업이 없어 국내 수요 또한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 LED 업계는 전구체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하는 전구체는 국내에서 생산해서 수출하는 갈륨 원석보다 몇 배 비싸다.

국내 생산기반이 없는 모터용 희토류 영구자석은 희토류 수입보다는 영구자석이나 모터 등 부품·소재 형태로 수입된다. 희토류 영구자석 수입금액은 지난 2009년 3200만달러에서 2010년 5300만달러(63.4%)로 늘어났고 앞으로도 수입 비용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세계 1위인 디스플레이 업계도 원료인 인듐 생산과 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은 보유하고 있으나 소재인 ITO타깃 제조분야가 취약해 대면적 ITO타깃은 전량 수입하고 있다.

원자력 핵연료봉 피복관으로 사용하는 지르코늄은 국내 기반이 전무한 실정이다. 중간 소재인 지르코늄 트렉스를 제조하는 미국·프랑스 기업이 세계 시장 90%를 점유하고 있고 이를 한전원자력연료가 수입해 튜브만 생산하는 구조다.

최종 제품만 놓고 보면 모두 우리나라가 세계 정상급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류단계인 소재 제조 분야는 전무하다.

◇허약한 소재업계=지난 2002부터 2007년까지 우리나라 희소금속 제품군별 평균 수입단가(달러/㎏)를 살펴보면 희소금속 원석 수입단가는 두 배가량 상승했지만 소재 가격은 5.6배 상승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희소금속 수입물량의 76%를 소재형태로 들여오고 있어 이는 곧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인듐·갈륨·코발트·니켈 등 주요 희소금속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비용에서 원소재 매입 비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이른다. 국내에 소재 산업계가 제대로 형성돼 있다면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원가 구조도 낮출 수 있다.

희소금속을 단순히 자원 확보 측면에서만 접근한다면 자원을 확보하고도 사용할 곳 없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다. IT·녹색산업 등 희소금속 의존도가 높은 산업 비중이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 현실을 감안하면 희소금속 소재화 기술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과제다.

불행하게도 지난해 우리나라 물질흐름분석 결과 희소금속 소재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기술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희소금속 분야에서 매출액 500억원 미만인 기업이 전체 70%를 차지하고 있고 종사자 100인 미만 중소기업이 78%를 차지하고 있다. 취급 금속 또한 몰리브덴·니켈·망간·코발트에 편중돼 있어 빠른 시일 내 소재화 기업 활약을 기대하기는 이른 단계다.

디스플레이 분야만 봐도 부품·모듈 제품 생산 분야 세계 시장에서 수위를 다투고 있지만 유독 소재 분야에서는 허약한 체질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성코닝 정도가 ITO타깃을 제조하는 반면에 일본은 약 13개 기업이 관련 분야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일본은 특히 희소금속 수입 물량의 70%를 원석 형태로 들여와 이를 소재로 가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일본이 소재 개발·자원 재활용·자원 대체 등 주로 기술적인 전략을 구사하는 상황에서 중국까지 자원 매장량을 기반으로 전방산업을 육성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산업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자원개발부터 제품까지=전문가들은 희소금속 관련 문제를 자원개발 측면에서 한발 더 나아가 희소금속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원 확보-제련·정련-소재·부품화-첨단기기 생산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세계 정상권으로 부상한 2차전지 산업이 좋은 사례다. 리튬 확보부터 소재화를 거쳐 최종 제품까지 생산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리튬 소재화 기술을 확보하자 고가의 소재 수입도 줄었다. 반면에 1차 가공된 리튬 수입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2007년 대비 98%가량 늘어났다.

마그네슘 또한 성공 사례로 손꼽힌다. 마그네슘은 희소금속 중 유일하게 국내에서 원광석이 생산된다. 포스코가 강릉 옥계에 제련공장을 설립하면서 국내 최초로 자원 확보부터 소재화에 성공한 광물로 이름을 남겼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