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내달 휴대폰 보조금 관련 불공정 행위 제재를 재추진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9월 휴대폰 보조금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한데 이어 공정위가 비슷한 사안으로 제재를 가하면 이중규제 논란이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휴대폰 보조금 규제가 공정위 고유 업무인가를 놓고 공정위 내부에서도 이견이 나와 이 문제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 예상된다.
21일 공정위 관계자는 “이달 초 위원회 전원회의에 이를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확정하지 못해 이를 보완해 재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건 상정은 내달 중순쯤으로 예상된다.
공정위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휴대폰 제조사가 출고가를 부풀려 보조금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위법 여부를 조사해왔다. 공정위는 이를 `부당한 고객 유인 행위`로 보고 제재할 뜻을 내비쳤다.
공정위는 이의 일환으로 이달 초 보조금 불공정 행위 제재안을 만들어 위원회 전원회의에 상정했으나 위원들 간 이견으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공정위는 당초 전원회의 통과를 낙관하고 제재 방안에 대한 기자단 브리핑 계획까지 잡았다 취소하기도 했다.
제재안이 전원회의에서 불발된 이유는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나 △출고가 부풀리기와 보조금 활용이 제조사 책임인가, 통신사 책임인가 불명확한 점 △방통위에서 제재한 사안을 중복제재할 수 있는냐 하는 점 등이 쟁점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재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내달 전원회의 재상정을 거쳐 제재안을 확정하면 업계에서는 이중규제라며 거세게 반발할 태세다.
통신사 관계자는 “휴대폰 보조금 과열 마케팅으로 지난 2010년 200억여원, 지난해 137억원가량 과징금을 통신 3사가 부과받은 상황”이라며 “똑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행정기관에서 비슷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명백한 과잉 규제”이라고 꼬집었다.
제조사 관계자도 “출고가와 보조금을 정하는 것은 통신사가 주도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공정위가 제조사에 책임을 물으면 구제활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정위의 보조금 규제를 놓고 `월권 행위`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휴대폰 보조금 마케팅이 경쟁을 가로 막는 담합과 같은 공정위 고유업무인 불공정 행위 조사와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휴대폰 출고가를 부풀려 보조금 액수를 늘려 마치 많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소비자를 유인하는 게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공정거래법 23조 `위계에 의한 소비자 유인`을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을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 위원 가운데도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과 같은) 법령 해석을 광의로 할 것인지, 협의로 할 것인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통신분야 관리 감독 주무부처로서 방통위가 있는데 공정위가 규제에 적극 나서면 이중규제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006년에도 휴대폰 보조금 직권조사에 나서면서 정보통신부와 업무영역 갈등을 빚기도 했다. 2009년 이후에도 수시로 조사에 착수했으나 이중규제 등 우려로 과징금과 같은 구체적인 제재를 가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