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을 위해 조성한 `동반성장펀드`가 1차 협력사에 지원이 쏠리면서 2·3차 협력업체 자금난 해갈까지 파급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경기 침체가 시장에 파급되는 속도를 고려할 때 증소기업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21일 주요 은행과 기업에 따르면 대기업들은 지난 2008년부터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까지 동반상장펀드를 조성해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동반성장 펀드란 대기업이 자금을 조성해 은행 등 운용기관에 맡기면 이 자금을 협력사를 대상으로 신용 등을 담보로 기존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기금이다. 최근에는 사모펀드(PEF) 형태로 지분을 투자하는 곳까지 생겼다.
은행별로는 기업은행이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등 38개 대기업과 2조4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 것을 비롯해 산업은행이 8개 대기업과 2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KB금융지주도 한화, 포스코, 정책금융공사 등과 함께 PEF를 마련했다.
기업들이 자금을 대출한 소진율도 80%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약 2조4000억원 펀드를 조성해 1월 말 기준 3147개 기업에 2조2000억원을 지원했다.
낮은 금리에 대한 기업 수요가 그만큼 큰 것이다.
문제는 이들 동반성장펀드 수혜 혜택이 1차 협력 업체에 국한돼 정작 자금수요가 큰 2차, 3차 협력업체는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이다. 대기업으로선 직접 거래 대상이 아닌 2차, 3차 협력업체에 자금을 대여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동반성장펀드는 계약상 대기업이 지정하는 업체에 대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또 대기업은 직접 거래 대상인 1차 협력사 가운데 우수기업을 선정해 지원한다. 우수협력업체는 지원 대상에 선정될 가능성이 크지만 1차 협력업체라도 지정기업이 아니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해 9월에는 산업은행이 대기업 협력사가 아닌 17개 신성장동력 분야 기업에 저리 대출하는 8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오는 9월 만료를 앞뒀지만 소진율이 20~30%에 그치고 있다. 지원대상이 정부가 신성장동력기업으로 인정한 기업에 한정하는 등 지원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의 자금난은 여전한 상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소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한 자본규모는 대기업의 3.5%에 불과했고, 은행 대출도 중소기업은 최고 9%의 높은 금리에 시달리는 형편이다.
김승일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와 관련, “대기업과 1차 협력사 간 동반성장은 상당부분 기업문화로 정착되고 있지만, 1·2차 협력사 간 불공정거래와 자금난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중소기업 자금난 해소와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중소 협력사간 관행 개선과 정책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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