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문화다] <5> 게임업계에 바란다

게임문화심포지엄에서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중복 규제나 근거 없는 사회적 비난에 대한 비판 외에도 게임업계를 향한 `쓴소리`들도 함께 나왔다.

산업으로 가파르게 성장하는 동안 기업이나 연구자 스스로 자기 성찰이 부족했고, 문화로서 게임을 바라보거나 사회 일반에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적 역할과 국책기관인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시됐다.

게임문화재단에서 주최한 심포지엄 사회를 맡은 원용진 문화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이번 정권이 들어오면서 연구가 다 사라졌다”면서 “생산은 기업에 맡기고, 연구 부문은 한국콘텐츠진흥원 등에서 해줘야 하는데 그동안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박상우 게임평론가는 “과거 `빵셔틀`에서 문제가 됐던 것은 빵이 아닌데 게임과 학교폭력의 연관성에서 정부는 `게임아이템셔틀`을 문제삼으며 게임을 규제하려고 한다”면서 “마찬가지로 성경에 나온 대로 무작정 따르다가 아이를 학대하는 사고가 발생해도 아무도 기독교를 문제삼지 않는 경우처럼 서두른다고 눈에 띄는 것을 바로 문제삼으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박 교수는 “게임회사 대표들은 본인이 직접 게임을 하거나 좋아하는 경우가 많고 이는 게임전문 기자들도 마찬가지”라면서 “(사회적 편견이나 공격에) 우리 게임은 그렇지 않다, 남이 뭐라 하든지 나는 게임을 한다는 태도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태도는 아니다”고 당부했다.

정소연 문화연대 대안문화센터 팀장도 “게임사들도 왜 게임이 문화가 못 되고, 예술이 못 되는지 이제는 목숨 걸고 달려들어야 하는 시점”이라면서 “게임에 음악, 미술, 예술이 어떻게 작동하고 다양하게 참여하고 있는지 알리고 연구해야 하고 올바른 이용 방법도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서 대구가톨릭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는 “게임이 가지고 있는 문화 예술적 측면과 개별적 게임의 문제, 성격은 구별해서 접근해야 한다”면서 “문화에 대한 자기 지위를 확립하지 못했기 때문에 매를 맞는 대상이 된 만큼 게임 일반에 대한 가치 구분이 명확하게 이뤄지고 그 성과들이 쌓여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도 “정부나 정치권의 규제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가거나 적당히 타협해서는 안 된다”면서 “스스로 산업역군일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성숙한 콘텐츠를 만들어간다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게임업계가 먼저 무엇이 문제고 무엇을 진흥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한다”면서 “억지로 기능성 게임을 만들지 말고, 게임이 가진 사회적 의미를 확산할 수 있고 놀이를 통한 체험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상우 기술미학연구회 연구원도 “스크린쿼터 당시에 영화계는 매우 일사불란하게 목소리를 낸 것에 비하면 게임업계는 아무것도 안 했다고도 할 수 있다”면서 “자신의 중요한 가치나 자산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게임에 대한 가치나 담론을 만들어야 하는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고, 게임이 전통매체와 달리 친밀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만큼 놀이공간이나 박물관, 페스티벌 등의 외부의 열린 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박태순 한림대학교 겸임교수는 “무엇보다 게임사가 게임이용자를 `타자화`하는 것은 올바른 게임 이용문화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이용자를 먼저 게임문화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이용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