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처리장(이하 방폐장)이 건설 중인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건설 현장. 현장에 도착하자 처음 마주친 것은 두 개의 거대한 동굴이다. 왼쪽이 운영동굴이고 오른쪽이 건설동굴이라고 현장 관계자들이 설명한다. 운영동굴을 따라 차로 5분가량 들어가니 직경 25m 규모 거대한 구멍이 수직으로 뚫려 있다. 둥근 돔 모양의 거대한 원통형 콘크리트 구조물이 바로 방폐물을 영원히 잠재울 `사일로(방폐물 처분동굴·SILO)`다. 지난 2006년부터 건설을 시작한 이 방폐장에는 오는 2014년까지 1조5228억원이 투입된다.
◇중·저준위 방폐물 처리=방폐장은 방사성폐기물을 처리하는 곳이다. 방사성폐기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원전연료로 사용되고 난 후 사용후핵연료는 고준위폐기물로 분류된다. 또 다른 폐기물은 원전 내 방사선 관리구역에서 작업자들이 사용했던 작업복, 장갑, 교체 부품 등과 병원, 연구기관, 대학,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방사성동위원소 폐기물 등이다. 소위 `중·저준위 방폐물`이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잡고체, 농축폐액, 폐필터, 폐수지도 중·저준위방폐물로 분류된다.
경주 방폐장에서 처리할 폐기물은 중·저준위 폐기물이다.
원전 운영국가들은 각 나라 자연환경에 적합한 처분방식을 채택해 방폐장을 운영한다. 천층처분과 동굴처분 방식이 대표적이다. 천층처분은 지표 위나 땅을 얕게 파고 콘크리트 구조물(처분고)을 만들어 방폐물을 처분하는 방식이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에서 운영 중이다. 동굴처분은 지하 암반에 동굴을 만들어 처분하는 방식으로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핀란드에서 채택하고 있다.
◇10만드럼 처분시설 공정률 80%=경주 방폐장은 운영동굴(1415m), 건설동굴(1950m), 하역동굴, 수직출입구(207m) 등 지하시설과 지상시설로 구성된다. 운영동굴은 방폐물을 운반하는 구간으로 유자형 커브로 이어지다 아래쪽에 직선 형태로 곧게 뻗어진다. 이 직선구간에 운반된 방폐물 드럼을 사일로로 적재하는 하역동굴이 자리한다.
사일로는 동굴 맨 후방에 있다. 사일로는 검사가 끝난 폐기물을 트럭으로 운반해 최종 처분하는 장소다. 해수면 아래 80~130m에 위치한 사일로는 두께 1~1.6m, 높이 50m, 넓이 25m 크기의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사일로 1개에는 1만6700드럼을 채울 수 있다. 총 6개 사일로가 만들어지면 방폐물 10만드럼이 들어간다.
중·저준위 방폐장 1단계 건설현장의 지난 1월 말 기준 종합공정률은 82.56%를 넘어섰다. 하루 평균 400여명 작업자가 24시간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훈 건설관리실 실장은 “가장 어려운 1~6번 사일로 돔부와 사일로 3~6번 몸체 굴착이 모두 완료됐고 현재 사일로 1, 2번 몸체 굴착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향후 사일로 콘크리트 돔부는 1.2~1.8m, 몸체부분은 1.2m 정도 두께로 건설 된다”고 설명했다.
◇공사기간 연장 이유는=방폐장은 당초 2010년 준공을 목표했으나 2012년 말과 2014년 6월로 공사기간을 두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연장 이유는 사일로 암질특성을 반영해 설계를 완료한 결과 보강공사 물량이 늘어난 때문이다. 암반등급이 2~3등급인 5번 사일로는 벽체두께는 1m, 숏크리트(콘크리트를 굴착암반에 쏘아 포장해 암반의 변형을 방지하는 작업) 두께를 25㎝로, 록볼트(암반에 철근을 박는 것) 개수를 100여공 보강 시공한다. 하지만 3~5등급이 고루 분포한 1번 사일로는 보강을 더해 벽체두께 1.2~1.6m, 숏크리트두께 45㎝, 케이블볼트(최고 20m 강재 케이블을 박는 것) 4000공을 사용해 시공한다.
이에 따라 방폐장은 2014년 6월을 예상 준공시기로 꼽고 있다. 일각에서 안전성에 의구심을 던지는 배경이다. 공단 측은 보강작업만 진행되면 안전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이철호 홍보실장은 “철근과 케이블, 콘크리트 등을 사용해 보강을 시행하며 건설 중인데 이 같은 공법은 미국·오스트리아 등 선진국에서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공법”이라며 “방폐장 지역은 화강암 일대 암질등급의 편차를 충분히 고려하고 시공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공기를 연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폐장 건설이 완료되면 2014년 6월 이후 본격적으로 지하 처분고에 폐기물 드럼을 적재·처분하게 된다. 방폐물이 가득 차면 뒤채움재를 채운 후 완전 폐쇄·격리한다. 입구까지 폐쇄한다. 그 이후에도 운영은 계속된다. 폐쇄 후 300년 동안 제도적으로 부지감시, 환경감시, 출입통제, 토지사용 제한 등 안전조치가 이뤄진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